왜 자신을 미워하는가

by 태연

자신을 미워한다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나는 나인데, 어떻게 내가 나를 미워할 수 있을까?

그 미움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리에,

타인의 눈을 대신 앉혀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판단, 사회의 기준, 과거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왜곡된 거울 속 형상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나는 항상 부족하고, 어색하고, 부끄럽다. 나는 그 틀에 맞춰야만 괜찮다고 배웠고, 그 틀에서 벗어날 때마다 스스로를 벌했다.

우리는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보여야만 한다'는 허상에 끊임없이 실패하며,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묻고 있을 뿐이다. 즉, 미움은 ‘나’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나답지 않음’에 대한 왜곡된 반응이다.
진짜 나로 돌아오면, 미움은 사라진다. 왜냐하면 진짜 나의 시선은 비난이 아니라 포용이기 때문이다. 그 시선은 비교하지 않고, 완성을 강요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이렇게 속삭인다.
'그때의 선택은, 그 순간의 너에게는 최선이었어.'
'그 감정은 진짜였고, 그 누구도 그 울림을 부정할 수 없어.'

우리는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지 못한 채,

스며든 왜곡된 시선으로 나를 판단해 왔을 뿐이다.

그 시선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다시 존재 그 자체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미움이 아니라,

아주 조용한 자각 하나.

단 한 번도 미움이 자리한 적이 없었다는,

너무도 당연한 진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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