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사장님의 선물

대안 5 : 반려견 대신 열대어를 키우자

by 블루문

반려견을 키우고 싶으나 가족이 알레르기 환자라 대안으로 열대어를 선택했다.

기르던 열대어 수마트라는 성질이 사나운 물고기였다. 그래서 좁은 어항에서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용궁으로 떠났다. 마지막 한 마리 가장 팔팔하던 녀석이 어느 날 안 보였다. 어항 안에 시신은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순간 하늘로 솟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경 1미터를 수색한 결과 어항 뒤에 숨져 있었다. 어항을 뛰쳐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난 열대어 기르기에 재능이 없는 것일까.


어항을 닦다 보니 안에 노폐물이 많이 끼어 있었다. 빈 어항을 보면서 좀 더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대청소를 하고 물을 받아둔 상태로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내가 다니는 동네 수족관을 찾았는데 일찍 닫았기에 근처의 다른 수족관으로 갔다. 단골집보다 더 큰 수족관이었는데 당장 내일까지만 영업이다.


"왜 그만두세요?"

"힘들어서요. 그리고 이제 사람들도 많이 안 와요..."


코로나 여파도 있었겠지만, 의외로 열대어 기르기도 손이 많이 가기에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암튼 이번에는 오래 버티는 열대어를 찾으려고 구경을 하다가 금붕어는 너무 크고, 구피는 너무 작고, 시클리드는 사납고 수마트라도 성깔이 있어서 결국 예전에 가장 오래 키웠던 풍선몰리를 골랐다.


이번에는 바닥청소 물고기와 어항벽 청소고기도 처음으로 같이 들였다. 아주머니는 네 마리 달라고 하는데 한 마리도 서비스로 더 주시지 않았다. 보기보다 냉정한 분으로 읽혔다.


집에 와서 새로운 보금자리에 새 식구들을 초대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감을 준다. 흔히 물멍이라고 하는 물끄러미.... 이 맛에 키우는 것이다.


하룻밤이 지나고 어항으로 가서 식구들이 잘 있는지 살피는데 이게 웬일인가. 꼬물이들이 엄청 많았다. 생각해 보니 한 녀석이 출산을 앞둔 몰리였다. 이틀에 걸쳐 30마리를 순산했다. 새끼들을 별도로 보호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어제 사장님이 툭 던진 한 마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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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 나중에 새끼 낳으면 따로 키워야 하나요?"

"아뇨, 그냥 두면 잘 커요"


사장님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일부러 배가 잔뜩 부른 엄마 몰리를 슬쩍 넣어 주신 것이다. 왠지 한참을 뜰채로 고민하면서 담으시더라는....


츤데레 사장님의 특별한 선물은 내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후로 꼬물이들은 열심히 먹이를 찾아 쪼아 먹으며 살아간다. 물론 서른 마리 중에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쌩쌩하게 유영하는 새끼들 중에는 예전에 6년간 버텼던 풍선몰리처럼 강한 녀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태어난, 이 어항이 고향인 친구들이다. 오늘도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꼬물이들을 보며 나도 생의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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