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욕되게 하지 말라

대안 24 : 값비싼 음식만 찾지 말라

by 블루문

즐겨보는 리얼리티 예능 <나는 솔로>.

호감으로 짝을 이루지 못하면 데이트하는 대신 홀로 남아 배달시킨 짜장면을 먹는다.

이름하여 고독정식.

짜장면은 어쩌다가 고독정식으로 전락했을까.


격세지감이다.

나 어릴 때 짜장면은 월간 특정식이었다.

일요일밤, 아버지는 호기롭게 전화기를 드셨다.

"국제반점이죠?"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세상에 없었다.

탕수육을 먹어도 정작 메인은 짜장면이었다.


그랬던 짜장면이 1990년부터 인기가 시들었다.

교회 여름성경학교 교사를 하던 90년.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애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피자나 한판 돌리시죠~"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때 알았다.

아이들 입맛이 달라졌구나.

햄버거와 피자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구나.


하지만 여전히 나는 짜장면이 그립다.

어릴 때 먹던 맛있는 짜장면이 그립다.

배달시키면 캐러멜 가득한 단맛의 짜장면 말고,

영화 <북경반점>에서 항아리에 직접 담근

춘장에서 우러난 고소한 짜장면이 그립다.


이제 몇 군데 남아있지 않다.

인천 신포동에 몇 군데 있고,

군산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마포 도화동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찾으러 돌아다니기도 이젠 지쳤다.

하지만 어쩌다 맛난 짜장면을 만나면

복권 맞은 것처럼 기쁜 걸 어쩌겠나.


값비싼 음식을 먹어야 만족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맛있는 짜장면 하나면 나는 만족한다.

음식의 질은 가격에 달려 있지 않다.


그런 짜장면을

고독정식이라는 이름으로 소외시키다니...

<나는 솔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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