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의 알 박기

대안 23 : 집값에 연연하지 말고 사는 곳에 정착하라

by 블루문

두 달 전 바닥에 부딪쳤던 엄지발톱이

결국 흔들리고 있다.

그대로 버텨주길 바랐는데

견뎌내지 못하고 오른쪽이 열리더니,

건들건들 죽은 달팽이 껍데기같이 되었다.


하루에 맘이 여러 번 바뀐다.

어차피 죽은 발톱 확 뜯어버릴까.

그런데 발톱은 생각이 달랐다.

왼쪽은 아직 살과 붙어있어.

제발 내버려 둬.


그리고 보니 아직 왼쪽은 신경이 살아서

뿌리를 내리고 있네.

이미 운명은 결정된 상태인데...

마치 재개발 현장의 알 박기처럼.


그래서 오늘도 밴드를 붙인다.

재개발도 서러운데 버틸 때까지 버티라고.

이웃이 모두 떠나버리고

텅 빈 공터.

내 의지가 아닌데.

내 바람은 이게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약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


끝까지 버텨야지.

이익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 자존을 지키는 거라서.


내가 살아온 뿌리를

지키고 싶은 거라서...


당신이 뭔데

우리 집을 통째로 뽑아 옮기냐고...


발톱이 울 때

나도 울었다.


새 발톱이 서서히 올라온다.

재개발 땅 고르기가 완료된 신호.


다 파헤쳐진 발톱 아래 속살이 부끄럽다.

그동안 살아왔던 곳은

결국 황토색 흙의 광장.


너는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어차피 떠날 인생이라면

너무 많은 미련은 두지 말자.


왜 우린 미래만 축복하지?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잖아.

우리 집도 옛날엔 새집이었어.

끈적이는 달팽이 속살을 보호해 주는

안온한 피난처였어.


그거 알아?

집은 공간이 아니라 추억이거든.

부대끼고 살아온 기억의 저장소야.

그래서 떠나기가 힘든 거야.


그러니 알 박기라고

우릴 저주하지 마.

내가 스스로 영혼을 거두기 전까지는

발톱 뽑지 말라고.

제발 우릴 좀 놔두라고.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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