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증명의 실체
이는 버려진 자리에 그대로 서서 자신을 버린 사람이 다시 찾아와 주기를, 과거의 말을 번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다.
과거에 ‘넌 한심해.’ 라는 말을 듣고 버려진 사람은, 자신이한심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투쟁하듯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 증명에는 끝이 없다. 내면에 있는 그 목소리는끊임없이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하며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자신을 낙인 하는 목소리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그목소리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항복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사람이든 간에, 한심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그 목소리로부터 해방된다.
과거의 한심한 나는 버림받을만해서 버림받은 게 아니라, 한심해서 버림받는 하나의 경험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 거야.’ 라는 기대를 품고 자신을 버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이미 떠났고, 버려진 나는 제자리에 서서 누구라도 와서 안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시급한 일은 끝없는 자기 증명을 멈추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를 안아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