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기 대신 용감함

by 재언

나는 용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슴 속에 사람에 대한 실망이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작고 사소한 일들도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용기라는 말이 마치 그런 자신을 극복해야 할 문제 거리로 느끼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은 극복해야 할 문제 거리가 아니라 보살핌을 받아야 할 귀엽고 사랑스러운 한 부분일 뿐이다.

용기라는 말이 자신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대신 용감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소박하면서도 동심을 자극하는 향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용감함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신비로운 모험을 떠나는 당돌한 주인공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내가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며 무엇이 두려웠는지 충분히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 느껴줄 때 나는 용감해진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나의 곁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태생이 나약하고 한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두려움을 두려워할 때 오히려 두려움에 압도되고 만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들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당신을 겁쟁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타인은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런 낙인이 오히려 당신을 두려움에 취약하게 만든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워하는 자신을 꼬옥 껴안아줄 수 있는 포용력에서 비롯되는 용감함이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4화삶이 혼란스러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