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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의식을 가져도 되는 이유

바람의 사색

by 재언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전에 네 마음을 먼저 알아줘. 난 내게 상처준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버거워 나를 상처준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내 아픔을 억누르는 일이었어.

하지만 그런 나를 이해해.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고, 내 감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피해 의식을 갖지 않으려 노력한 거야. 그러나 피해의식을 갖지 말라는 건 상처받은 마음을 억누르려는 가해자 의식과 하나된 상태인 거야.


넌 ‘네 감정은 네가 책임져야 해’ 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을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마 네게 감정을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줬어야 하는 사람이었을 거야. 그러니 피해 의식을 가져도 돼. 누군가를 마음껏 원망하고 미워해도 돼. 그러고나서 감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면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는 거야. 그때 날 상처준 사람이 날 대했던 방식 그대로, 내가 날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또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 그대로, 다른 사람들 또한 무의식적으로 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대신 그런 자신을 보게 되더라도 심판하지는 말아.”


넌 다른 사람이 널 대하는 방식 그대로를 내면화 하여 자기 자신을 그렇게 대하고 있던 거야. 왜냐하면 살아남았어야 했거든, 주변 사람들이 널 대하는 방식을 부정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연약한 어린 아이였거든,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져줘.


넌 비겁하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거야. 오히려 그런 상황을 겪고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상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 애를 쓰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야.


조금 더 마음이 괜찮아졌다면 그때서야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 널 아프게 했던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 아마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를 강요하지 말아. 이해는 강요하는 순간 이해가 아니게 돼. 왜냐하면 그 강요된 이해 속에,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은 배척되어 있거든.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내가 내 마음 속에서 나를 이해할 때 타인에게 있는 나와 똑같은 마음을 조금 더 확장 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때 이해는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면, 먼저 이해할 수 없는 네 마음을 이해해 줘.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없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네 안에서 찾아 봐. 그리고 자기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거야.


이해가 옳기 때문에,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네 자신의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더 자유롭고 온전하게 살기 위해 너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는 거야.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네가 사랑받고, 지지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박탈되는 건 아니야. 그 자격은 언제 어떤 순간에도 박탈되지 않는 천부권이야.


하지만 언제나 폭발적인 감정은 오해를 수반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줘. 만약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될지도 몰라.


진정 피해 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의 피해 의식을 이해로써 책임진다는 의미야. 내가 나에게 마음껏 피해받은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며 스스로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준다는 의미야. ’피해 의식을 갖지 마.‘ 라고 말하는 건 그저 피해받은 아픔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일이란 걸 기억해줘.


사랑하지 않아도 돼.

이해하지 않아도 돼.

그럼에도 넌 여전히 사랑받고 있어.

그건 벌을 받아야 팔 마음이 아니라

치유받아야 할 상처야.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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