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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를 Nov 27. 2024

안 되는 일은 없다

이런 어른이라 미안해

아이아빠가 육아를 전담한지 몇 개월이 흐르고 점점 내 아이의 어린이집 준비물을 준비해 달란 그의 요구가 늘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물티슈라든가, 여벌옷이라든가, 친구 생일 선물이라든가… 100% 이미  준비되어야 할 날짜에서 며칠 지난 뒤에 온 요구였다.


그러다 우리 아이가 설날에 친구 8명 사이에서 홀로 한복이 아닌 사복을 입는 것을 보고 내가 키워야겠단 결심이 섰다. 그날 아침 “아이 한복 어디 있어?”란 말에 예감했는데,,,,,, 사진 속에서도 느껴지는 내 아기의 민망함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유치원 입학이란 구실로 내가 돌보겠으니 학업비만 대 달라고 제안했고 어렵지 않게 아이와 함께 하게 됐다.


그리고 취업했다. 커리어와 동일한 곳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이어졌고 나에 대한 기대도 있는 곳이었다.  어쨌든 전직을 했는데 전문가가 아니어도 성장할 기회를 주는 곳이다. “결혼했습니다”란 말에 “혹시 자녀도 있나요?”란 눈치를 받았던 내게, 기혼에 자녀가 있고 전직이라는 조건에도 기회를 준 회사가 고마워서 최선을 다한 채로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출근하는 날 대신해 암 수술을 한 엄마가 아이를 봐주기 시작했다. 그게 미안해서 낮잠을 안 자는 유치원 적응이 힘든 아이를 주 2회 태권도 학원에 보냈다.  그는 “이럴라고 돈 번다”며 학원비도 내줬다. 그러다 유치원 특기 활동비가 지난 1-3분기보다 한 달 더 포함되어 금액이 더 비쌌던 4분기… (2024년 9월 신청 및 납부) 특기활동비 10만 원이 오르자 아이의 아빠는 “5살이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게 힘들다는데 괜찮냐?”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다. 이미 4개월째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저 물음은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한참 늦은 거 아닌가?


나는 나를 키워주자는 회사의 제안으로 독일 출장을 간 상태였다. 시차 때문에 내가 밤에 자고 있는 사이, 우리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끊겼다. 늘 양육에 대한 나의 제안에 알아서 하겠다는 그는 태권도 학원과 유치원에 태권도 학원을 끊겠단 통보까지 마쳤다.


나에겐 사람들의 말, 아이가 힘들다는 말 때문에 끊는다는 카톡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나의 답변을 기다릴 순 없었을까?


숲어린이집을 다니다 공부하는 유치원을 다니게 된 아이를 위해 운동하는 태권도를 보내야 한다는, 몸이 성치 않은 엄마를 위해 보낸다는 내 생각은 할 수 없었을까? 그걸 알면 이혼까지 오지 않았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타인배려 차원에서 이 뜻을 모르면 물어보고 기다릴 여유가 없었을까?


그동안 지켜본 바로, 그의 수중에 돈이 없는 듯했다. 매달 본인이 내기로 한 아파트 대출비와 본인 사업을 위해 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명의로 대출받아 산 자동차의 할부금도 늦게 주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아이의 짐을 가지러 들린 집엔 행복기금인지 뭔지 나라로 은행 빚이 넘어갔으니, 이제 나라에 돈을 갚으란 통보장이 있기도 했다.


돈이 없으면 나한테 내라고 하지. 유치원, 태권도 학원, 우리 아이에게 내가 무슨 구실로 태권도를 다시 보내겠다고 해야 할까?


내 아이도, 내 엄마도 모든 게 나의 모자람 때문에 피해를 본다.  


나의 못남, 그의 못남.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만 혼란스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가정의 아이만 상처받는다는 말이 실감된다. 물론 그래도 난 혼자 살 거다.  다시 한번 “내가 이래서 이혼하기로 했지. 내게 상의하지 않고 대책도 없이 돈 쓰고 쪼달리면 말없이 빚을 내고. 이 꼴이 싫어서 이혼을 또 한 번 결심했었지 “라고 확신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보겠단후로 나의 아이는 주말만 그를 만난다.  금토일 동안 유뷰브를 신나게 보고 온다. 그는 금토일 내내 출근을 한단다. 그에게 매주 2박 3일 동안 애 보는 게 힘들면 시간을 줄여 2주에 1박 2일 혹은 매주 1박 2일만 아이에게 집중하라고 해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터치하지 마”란다. 뭘 알아서 할까? 애가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는 게 알아서 하는 건가? 제발.. 만나는 날이라고 아이에게 집중하길.


내 아이에게 이런 아빠를 만들어준 내 자신이 죄인이다.

웃프지만… 이혼보다 이런 사람을 아빠를 만들어줘서 미안해, 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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