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속도를 올리자
드디어 집이 팔렸다. 지난주 집을 보러 오겠단 분이 있어 지금까지처럼 내가 맞이하기로 했다. (어쩜 한 번을 내가 하겠단 소리를 안 하니?) 경제적 어려움을 고백했던 그의 태도도 왠지 모르게 협조적으로 느껴졌다. 지금까지 “청소해놔”라는 말에 “그럴 시간 없다 “라는 싹퉁바가지스러운 답을 했단 그x…(그럴 거면 세상 돈 다 벌던가?)
이번엔 시어머니를 불러 청소를 부탁하겠다고 했다. 퇴근 후 부랴부랴 간 집엔 건조기에서 꺼낸 아이의 옷이 내팽겨져있었다. 시어머니를 부르겠단 말도 거짓이었니? 후
아무튼 원하는 금액 아래론 절대 안 팔겠단 그는 1천만 원을 깎자는 제안에 오케이 했다. 그동안의 설득도 도움 됐겠지만 본인이 돈이 급하니 얼레벌레 해결된 듯하다.
시어머니는 이득을 본인몫까지 1/3 해야 된다는 헛소리를 했다. 내게 투자한 것이 아닌데 내가 왜 줘야 하나? 아들에게 투자했으니 아들에게 받던가, 이 나눔에서 아들이 빠지는 게 맞는 것이지 내가 왜 내 몫을 나눠야 하나? 본인 돈 없으면 매매를 못했다는 논리인데, 내 청약통장과 내 대출이 없었으면 가능했을 것인가? 내 청약통장 없이 매매가 가능했다면 결혼 때 알아서 매매해 왔으면 될 노릇이다.
잠깐의 논쟁 끝에 원안대로 이득을 나누기로 했다. 시어머니는 매매가의 1/3을 달랬다가 결국 투자한 돈에 500을 더 붙여 가져가기로 했다. 끝까지 욕심이다 싶었지만 그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고 말자 했다. 그는 결혼과 이사 때 우리 엄마가 준 돈을 되돌려주자는 말에 발악했다. “너네 집은 왜 결혼 때 가져온 돈 그대로 가져가고 우리는 왜 손해를 봐야 하느냐”는 나의 말에 게거품을 물었지만 결국 나의 뜻대로 하기로 했다. 내가 아이를 양육한다는 좋은 이유를 둘러댔지만 결국 본인이 돈이 급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2라운드.
집 물건을 나눴다. 나는 거실 TV와 식탁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매매가를 나누기에 물건은 다 본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아무튼 설득 끝에 나누기로 했고, 내가 원한 두 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을 가져간다기에 세탁기와 건조기는 둘 중 하나만 택해 가져가라고 한 뒤 이야기를 끝냈다.
집 매매가 이뤄지고 나니 대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그 과정이 치사스러웠지먼 해야 될 일이니 감당해야지. 그냥 다 줘버리자 싶다가도 아이 키울게 걱정돼 마음을 다잡았다.
3라운드는 변호사 만나기였다. 이번주 주말에 변호사를 만나 서류를 써올 테니 다음 주에 법원을 가자고 했다. 그는 주춤하는 듯하더니 오케이 했다. 내가 이럴 것이란 걸 몰랐니? 이 날만 기다렸는데. 사주를 공부하는 내 친구가 “하루빨리 그에게서 도망쳐라. 앞으로 10년간 더 안 좋은 운이 들어온다”라고 했던 말이 맴돌았다. 앞서 그 친구는 “너한테 연말쯤에 문서운이 있는데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라고 했었다. 이쯤 되니 사주를 더 믿어야 하나 싶네.
아무튼 매수자들이 집을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이이와 함께 집을 갔다가 그들이 돌아간 뒤 “이제 이 집에 저분들이 와서 사는 거야”라고 하자 아이는 “나는 이 집이 좋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차 싶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인데, 뭐가 급하다고 빨리 말해서 아이의 기분을 안 좋게 했을까.
크리스마스 당일 아이를 데려가기로 한 그는 계속 26일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아무 계획이 없냐”는 나의 물음에 “낮엔 놀러 갈 짐 싸고 저녁엔 분위기 내러 간다”며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을 말하라”라고 적반하장을 했다. 아니,,, 네가 데리고 있을 거였으면 계획을 세웠어야지, 아니면 진작에 말하던가라는 말이 입까지 올라왔다 그냥 빠르게 당장 예약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잠시 기분이 안 좋아진 아이에게 “이제 우리 아기는 아빠랑 사는 집에 방이 생기겠네? 너무 좋겠다 “라며 “산타클로스한테 선물 몇 개 받았어? 7개나 받고 어제 파티도 하고 오늘은 엄마랑 클래스 들으러 가고 이따 아빠 만나는데 너무 좋겠다. 아빠네 집에도 산타클로스가 왔다 갔을까? 내일은 아빠랑 여행 가잖아”라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아이는 금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오늘은 우리 둘이 놀자 “며 클래스를 들으러 가고 스티커사진도 찍고 밥을 먹고 선물도 샀다. 아빠를 만나 가는 아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는 모습이 유난히 슬펐다. 못난 엄마아빠 때문에 우리 아기가 너무 어린 나이에 이별을 겪는다. 이제 우리 둘이 잘 살자.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꽁냥꽁냥 행복한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하자, 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