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에게
: H에게
그렇게 새해가 되었어. 내게도 새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때인데, 아마 너는 나보다 더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일 거야. 작년의 내가 많은 변화를 앞두고 그랬던 것처럼 올해는 네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으니까. 너나 나나 편히 안주하기 보다는 늘 뭔가 도전하고 시도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보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의 새해는 언제나 커다란 변화로 가득한 것 같아.
어릴 적의 나는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곤 했던 아이였다. 자란 환경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부모님의 직업으로 상대방의 됨됨이를 평가하곤 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비인간적이라 여기며 혐오했어.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를 차별하는 모습을 보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환경의 막대한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거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네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데에는 그런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해.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맞춰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꺼내어 쓰고 행동하지. 내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쩍 성장해 있잖아.
때때로는 환경이 크게 바뀌어버리면 처음에 했던 내 다짐 따위는 힘없이 스러져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나는 환경의 위력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아.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사람이 품는 마음은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고단한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지.
내 마음이 맞이해야 할 변화는 그래도 조금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아니, 나는 내 마음을 지켜내 볼 요량이었으니 예상치 못했다고 해야 할까. 언제나 이런 변화는 불시에 찾아오고, 나는 맥없이 손을 놓고야 만다. 씁쓸하지만 어쩌겠어. 이게 늘 내가 상대방을 지키는 방식이었는 걸.
내년에도 나는 바쁘겠지. 공부할 것들도 많아지고, 한 집단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될 테고 아마 그 와중에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포기하지 못할 거야. 마치 악보에 쓰인 크레센도 같은 삶도 변화라면 변화겠지만. 아마 이번에 내게 가장 큰 변화는 너를 향해있던 내 마음이 아닐까.
조금은 더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어. 조금 아리고 서글퍼지더라도 말야. 그런데 이젠 너도 그만 털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런 뒤에는 너의 행복을 지금보다 더 많이 빌어줄 수 있겠지. 고마웠어. 그리고 우린 더 행복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