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꿈

: H에게

by 홍연

H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삶은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을 많이 마주한 나로서는 늘 양자택일을 해야했고, 선택하지 못한 것들은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저 편으로 사라져버렸다. 힘없고 능력없는 나는 늘 그랬다. 어쩌면 삶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나의 포기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하나씩 포기할 때마다 이것마저도 내가 안고가야 할 나의 죄값이려니 애써 생각하며 무너지지 않으려 애쓴지가 벌써 12년. 뒤돌아보니 참 많은 것들을 이뤘지만, 참 많은 것들을 포기했구나 싶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잔뜩 술에 취해 날 찾아왔던 네가 생각난다. 가게 문을 닫기 위해 잠시 나와있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실루엣에 갸우뚱 거리다, 이내 너라는 확신이 들고서는 기함했던 그 어느날의 새벽밤. 일하는 내내 취했다며 연락하는 널 애써 털어내기 위해 대충 답장해버리고는 그냥 그렇게 마무리하려 했던 하루의 끝에 기어코 너는 날 찾아왔다. 너는 내가 본 중에 가장 많이 무너지고 괴로워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내게도 그랬듯, 너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나는 제법 잘 씹어 삼켜냈던 꿈들이지만, 아직 너에게는 소화되지 못하고 네 속을 상처내고 있던 너의 꿈들. 울고, 소리지르고, 그러다 나를 거세게 밀쳐버리는 널 미워할수조차 없이 아파보였다. 그렇다고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는 상처에 섣불리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었다. 너의 모든 말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나의 위로는 네게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절히 깨달으며 난 애써 아픈 마음을 감추는 수 밖에.


간신히 너를 바래다주고 멍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과연 나의 마음은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게 이루지 못한 꿈은 늘 사람이었고, 너도 결국은 내게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어쩌면 이미 지나가버린 꿈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욕심내고 싶은 꿈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저 멀리 푸르게 동이 트는 것을 보면서도 난 네가 필요하다면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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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밤 나를 찾아온 일을 모두 지워내버린 다음날의 네가 있었다. 여전히 속은 곪아있을 것을 아는데도, 아닌 척하고 나를 대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너를 보며 나도 그냥 모른척 하기로 했다. 그 날밤 네가 내게 했던 말도, 나를 찾아온 일도 이젠 모두 내 기억에만 남아있는 일이 되었다. 사랑도 기억도 난 언제나 일방통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쓰게 웃을 뿐, 너는 내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난 그렇게 또 하나의 꿈을 포기한다. 결국은 이것도 내 죄로 놓치고야만 선택지였던 거겠지. 내가 두텁게 쌓아놓은 업으로 인해 난 하나씩 손을 놓는다. 내가 누굴 탓할까. 이번에도 그저 너의 행복을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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