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

: H에게

by 홍연

H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행복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어. 사람 사는 일에 어찌 불행만 있겠어. 나라는 사람의 삶에도 행복은 존재했을테니까. 난 불행한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인지적 사고에 빠지지 않으려면 늘 감사할 거리를 찾고, 내가 행복했음을 수시로 자각해야한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어. 그게 내가 가진 강박이라면 강박이랄까.


다행히도, 올해는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분에 넘치게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거야 억지로 행복했던 것들을 찾아내고, 어느 날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오히려 절망해야했던 시기를 지나 내게도 이런 날이 왔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어. 어쩌면 나는 오늘을 위해서 그토록 오래 버텨왔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이나 나는 수시로 감사했고, 자주 행복했거든.



나의 슬픔은 언제나 사람과 맞닿아 있었지만, 행복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나의 행복 역시도 늘 사람에게 닿아있었으니까, 나는 올해 나와 함께 해 준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네. 나의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내 주변에 머무르는 인연 역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거야. 때로는 그런 변화나 차이 따위에 괴리감을 느껴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던 순간도 있었던 건 인정할게. 그들은 색이 존재하는 세상을 걷고, 나만이 흑백으로 존재하는 듯한 그 기묘한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저 곳에 함께 섞여 있어도 되는 존재인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며 괴로워했어. 그렇게 혼자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몇 번쯤 반복하고 나서야 서서히 나는 그들의 세상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아니, 어쩌면 아직은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려면 멀었을 수도 있지만 말야. 아래로 단단하게 뻗어 내려가는 나의 뿌리를 느끼며, 너의 도움이 컸음을 나는 매순간 느껴.





그토록 내게 행복한 순간을 꼽자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익숙하게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라고 말을 하면 믿을까. 터무니 없이 소박한 행복이지만, 어딘가에 이질감없이 녹아들어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기도 해. 그 무게를 안다면, 내가 그 순간 슬프도록 행복했음 역시도 이해할 거야. 나는 그저 그들이 별 생각없이, 언제나 그랬듯이 일상처럼 말을 걸어오고, 대화를 나누는 모든 순간들이 감사해.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또 하루를 버텨낼 힘이 되고, 살아서 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삶의 이유를 가지게 하거든.


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야. 힘들었지만, 이제는 행복하니 됐다고 생각해. 그거라면 조금 아쉬워도, 만족의 끄덕임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의 한 해, 지나보낸 순간순간들은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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