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인연

: K에게

by 홍연

그렇게 또 한 번, 내 인생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지. 모두가 나의 전환점을 더러 대단하다 말해주었지만, 사실 내게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맞이했어야 할 변화였으므로 나의 선택을 대단하다 여긴 적은 없었어. 오히려 이건 도전이라기 보단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는 내 현실에 가까웠거든.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간 올 한해야 말로 '도전'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운 한 해였던 것 같아.


이미 쌓아져 있는 것들을 무너뜨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사실 뭐가 문제일까.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어긋나버렸다면 전부 다시 풀어내고 다시 꿰면 그만인 것을. 그만큼 해온 모든 것들을 무(無)로 되돌리고 다시 하는 일에는 노력도, 시간도 나의 품이 많이 드는 일임을 의미할 뿐이야.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그건 더이상 실패도 뭣도 아닌 걸. 물론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나의 선택을 더러 대단하다 추켜세워주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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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들을 이뤄낸 한 해였어. 오늘을 위해 지난 10년을 준비해왔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내게 덕으로 돌아오는 거라 생각해.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할뿐, 능력의 부족이 아님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처럼 배우고, 일하며 준비만을 해왔어. 그리고 그 발판을 딛고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 올 해였음을 내 온 몸에 느껴지는 해방감을 통해 느껴. 공부도, 일도, 사람을 만나는 것 모두가 치열했고, 치열했던 만큼 행복했어.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늘 사람이 존재했음을 나는 알아.


그들이 그동안 어울려온 사람들과 나는 많이 다를 것임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걱정도 컸어. 어떻게 해야 그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 자주 고민했고,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고 동시에 좌절도 많이 했고 말이야. 그렇게 다져진 1년, 내 주변에 있는 인연 하나하나를 떠올리면 감회가 새로워. 그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고 불완전한 존재를 스스럼 없이 믿어주는 인연을 만나는 일은 어쩌면 내겐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나의 지난 10년을 보상하듯, 그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곤 해.


모든 인연에는 배워야 할 것이 존재한다더라.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서로에게 그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인연이 되고, 그 배움을 다 전하고 나면 자연스레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고 말야. 내가 믿는 인연설은 그래. 나는 깊이 엎드리고 수행자의 자세로 그들을 맞이하고 배워나가. 헤어짐은 늘 아쉽지만, 그 끝에 미련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매순간 내가 다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누군가 보기엔 이런 내 노력이 하루살이 같아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 인연에, 혹은 내 삶에 내일이 존재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기에.


나는 오늘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들을 사랑할 거야. 그리고 동시에 오늘만으로는 내 사랑을 담고 있는 그릇이 미욱하고 작아서, 그들은 부족한 내게 내일을 꿈꾸도록 만들어. 이런 내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지. 잘못된 것은 과감히 풀어내고 잘라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타인을 하염없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그런 하루들로 나의 남은 생을 채워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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