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에게
P에게
거리가 온통 설렘으로 물드는 12월이야. 홀로 충전할 시간이 필요한 나는 그들로부터 한발자국 물러나 그 설렘을 지켜보곤 해. 조금은 부러워지다가도 더이상 무언가를 하기에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으니 쓰게 웃을 뿐. 추워지는 날씨만큼 더 가까워지는 그들의 거리를 그저 시선으로 좇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것들까지 가지고 싶어질까봐 애써 시선을 털어내고야 말아.
모든 일에는 끝이 존재한다. 하고 있는 일도 그렇고, 사람 간의 인연도 그러하며 사람의 생명까지도 죽음이라는 끝이 존재하니 세상에 끝이 없는 것이 무얼까. 한 해가 끝났다고 말하면 조금은 아쉬울 법도 한데, 아쉬움이 남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만큼 한 해를 치열하게 살아냈기 때문이겠지. '아,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하고 생각하며 지난 시간들에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자꾸 뒤돌아 보기에는 여전히 내게는 매듭지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기도 하고.
무언가를 원없이 하고난 뒤 정리를 하는 일만큼 후련한 일이 또 있을까. 한해동안 팽팽 싸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하고있던 일들은 매듭을 지으며, 난 이렇게 연말을 맞이하는 중이야. 그리고 동시에 내년에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지원서를 작성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도 있지. 연말과 연초는 다른 날들처럼 똑같은 하루로 이어져있는데 어쩜 이렇게 새롭고 특별한 느낌이 드는지 나는 알지 못해. 다만, 그전에 이어졌던 나날들과는 전혀 다른 끝과 시작이 되어 나를 찾아오리라는 것만은 알고 있어.
이미 시작할 떄 각오 했듯이, 내가 갈 길은 멀고 출발선은 남들보다 한참 뒤에 그어져있어. 그러니 나는 꿈을 꾸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이 당연했던 한 해였어. 내가 느끼는 절박함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므로, 남들의 걱정이나 조언들은 미안하게도 내 마음까진 닿지 못하더라고.
그들의 말을 무시해서라기 보단 내 치부를 다 드러내기엔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부끄러움이 커 차마 말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들이 많았던 탓이야. 다만, 그들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그 마음만큼은 모르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더라. 그래도 그 마음을 동력삼아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한 해였어.
타로 카드에 Wheel of Fortune이라는 카드가 있어. 운명의 수레바퀴를 의미하는 이 카드가 상징하는 것은 '윤회', '계절의 변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야. 이거야 말로 우리의 인생을 상징할 수 있는 단 한장의 카드라고 늘 생각해. 우리는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저 도전하고 나아가지. 그것이 꼭 사람을 상대로 하는 말이 아닐지라도 말이야.
영광과 환희를 상징하는 수레바퀴 꼭대기에서도 웃고 있지 않는 이유는 결국 그 기쁨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슬픔과 괴로움도 그 끝이 존재할 거고. 그렇게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돌고 돌며 생을 잇는다. 내 생 역시도 그러한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싶어. 겸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김없이 기쁜 이들만큼이나 나를 찾아오는 슬픈 이들도 많았던 한 해였어. 그들의 웃음과 눈물을 보면 언제나 만감이 교차해. 나에게 너의 힘듬을 털어놓았던 어느 햇살 청명한 오후, 나는 과연 너에게 도움이 되었니? 내가 아픈 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의 마음은 미약하고 부족하지만,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절박한 순간에 힘이 될 수 있길 바라. 그것이 내가 나의 수레바퀴를 끊임없이 굴리는 이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