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에게
K에게
오랜만이야. 우리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일 년 전이라니. 시간이 참 빨라, 그렇지? 그동안 너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너만큼이나 나도 무척이나 바쁜 한 해를 보냈어. 결국은 한 해를 모두 마친 다음에야 우리가 다시 만났구나. 고작 일 년 사이에 부쩍 더 성장한 모습의 널 보니 너처럼 나도 많이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대하는 너의 태도만은 변하지 않아서, 굳이 묻진 않았지만.
나의 지난 일 년에 대해 늘어놓고, 같은 시간 속에서의 네 모습에 대해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이렇게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야. 어른이 되어갈수록 이런 친구를 찾는 일은 쉽지 않고, 내가 본래 가진 성향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실은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거의 없는 것처럼 말야.
나는 최근 한 달간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나의 지난 일 년은 무척 보람되고, 신나는 나날들이었지만, 이렇게 너를 포함한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니 내가 한 해 동안 무엇을 포기하고 지낸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아.
포기. 내가 한 선택들에 포기라는 말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선택하지 않음도 선택이라고. 내가 무언가를 포기하기로 한 것 역시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것이겠지. 나는 조금 더 사회적이고, 대외적으로 다듬어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어. 그 결과 많은 인정을 받았고, 그만큼 쓰임 받을 수 있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인정욕구가 강한 내게 그보다 감사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나 때로는 나의 풀어지고 실수투성이인 허점까지도 그저 웃으며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 요만큼의 긴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사람. 대외적으로는 모두가 든든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임에도, 가까운 곳에서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웃음으로 속는 셈 치고 믿어준다는 사람.
내가 한 달간 만난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 나는 또 이렇게 추억을 만들고, 그 힘을 동력 삼아 새로운 한 해를 달리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지난 시간들이 꿈결 같이 나를 맴돌아 자꾸만 이유 없이 위로돼. 결국 난 또 이렇게 사람으로부터 위로 받고,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나아간다.
2025년이야. 너의 새로운 한 해를 언제나 응원한다.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생으로 처음 만나 전우애를 다지며 친해진 너와 나를 기억해. 그때도 지금도 너의 존재는 내게 참 든든해.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 또다시 어느 지점에선가 모이는 길 위에서 다시 만나자. 항상 애정해. 나의 고마운 친구 K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