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에게
L에게
이제 고작 두 번째 만난 나의 학생 L. 안녕, 선생님이야. 너에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요근래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에 떠오르는 것들이 온통 너와의 활동에 대한 것들이더라고. 그러니 오늘은 너에게 내 이야기를 한 번 늘어놔 볼까. 오늘 편지는 내게 있어서도 조금은 특별한 감정을 남기는 글이 될 것 같아.
나와의 공부를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습의 과정 자체가 즐거울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나도 알아. 나 역시도 네 나이를 거쳐 지금의 내가 된 거니까 말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너에게 와닿는 것은 미미한 차이일 뿐, 공부는 그저 공부일 뿐이겠지. 어떻게 해야 너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까 고민하면서도, 나의 노력은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너와의 첫 만남은 순탄하지 않았어. 초반 라포형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였으니 처음엔 학습 자체보다도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 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고, 나에 대해서도 함께 대화하며 소통하기를 바랐지. 그런데 나를 처음 본 네 표정은 어딘가 당혹스러워 보였어. 그때 누군가 외쳤지.
‘어, L이 선생님 바뀌었다!’
너는 이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튜터링을 받고 있었던 거고, 나는 바뀐 사람이었던 거지. 나도 그때 조금 ‘아뿔싸’하긴 했어. 그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미 정이 들었을지도 모르고, 학습지도 방법이 바뀌면 너 역시 혼란스러울 테니까. 어색함과 당혹감.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어.
그러다 네가 입을 다물었던 거지. 처음에는 네 마음 상함의 표시였을 거고, 나에게 거부감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겠지. 대꾸하지 않고, 거부하고, 함부로 굴며 저항하는 널 보며 나도 크게 당황했어. 그 순간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다른 사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할까. 전문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들이었다면 너의 마음을 달래주고, 이 답답한 공기를 환기할 수 있었을까.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를 남기고 튜터링을 마쳤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며칠을 고민해야 했어. 내게 이 튜터링을 이끌어나갈 역량이 있는가-하는 고민에서부터, 어떻게 이 상황을 넘을 수 있을까. 네게 적합한 교재를 고르러 서점에 가서도 나 스스로에 대해 참 많이 돌아보게 되더라.
그러다 처음엔 너를 향했던 질문이 어느 순간 나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어쩌면 너보다도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성장하는 만큼, 사실은 나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던 거지. 이 관계에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 일이 조금은 부끄러워졌어.
L, 너에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서툰 선생님일지 몰라. 이젠 좀 나은 사람이 되었나 싶다가도, 끊임없이 배우고 고쳐야 할 점이 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매번 느껴. 아마 이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이어지지 않을까. 다만,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나는 끊임없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겠지. 우리 서로를 같이 성장시키는 튜티와 튜터가 되어보자.
앞으로도 잘 부탁해,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