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시작되고

: H에게

by 홍연

H에게


다시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위기감 비스무리한 각오를 하게 되었을 때, 12월이 되었다. 모두가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는 12월 말이다. 내게 12월이 얼마나 애틋하고 간절한 달인지를 타인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내겐 그런 날이다, 12월은. 무언가를 마무리한다는 말은, 그 전에 무언가를 시작했기 때문에 마무리한다는 말이기도 하므로. 무언가를 시작하게 해준 이들과, 그 과정에 함께한 이들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실 위를 걷는 기분이던 시절, 살기 위해 참 많은 것들을 찾아 내 스스로에게 내려치듯 동기부여를 해댔다.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고, 그렇게 살아남아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나열하는 둥 악착같이 발버둥 치던 시기가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지금, '아 이러려고 그토록 많이 울고, 괴로웠나보다' 생각은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니까.


그 시절 어떻게든 스스로를 살려보겠다며 했던 발악 중에 하나가 버킷리스트였다. 죽을거면 이거 다 이루고 죽으라는 말 같지도 않은 엄포이긴 했으나,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갈 수 있는 지금이 재미있고 행복하긴 하다. 당신이 그런 리스트를 쓰게 된다면 1번은 무엇으로 하겠는가? 아무래도 가장 먼저 쓰는 목록이니 조금은 신중해지게 된다. 내 가치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담아야하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그렇게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쓰게 된 나의 첫번째 버킷리스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간단한 편지와 각자에게 어울리는 선물 전하기

그런 것들이 있잖은가. 좋은 풍경을 보니 떠오르는 사람, 맛있는 걸 먹을 때 떠오르는 사람, 어떤 향을 맡으니 생각나는 사람. 유난히도 누군가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그냥 네 생각이 나서'라는 별 것 아닌 이유로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내 마음이 돈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냥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하는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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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2월은 내게 그런 날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하고, 내 깊은 감사를 전하는 날. 누군가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날. 어떤 마음이든, 당장 내일 내가 죽는다해도 전하지 못해 아쉬운 무언가를 남기지 않고 모두 전하는 그런 날.


엊그제 암검사를 받고 왔다. 또 한주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하고 떨려하며 한 주를 보내게 되겠지. 막상 듣게될 결과는 '별 이상 없다'일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어느날 세상이 무너져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루하루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것 뿐이라서. 정말 당장 내가 내일 죽는다해도, 설령 내가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을 지라도.

'그때 그런 사람이 있었어'

정도 만으로라도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삶이라면. 만족하지 않을까. 네가 받은 선물은, 사실은 그런 마음이었다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해서. 날 기억해줬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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