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내일

: L에게

by 홍연

L에게



나는 꽤 오랫동안 죄책감을 삶의 원동력으로 달려온 것 같아. 너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삶을 어그러뜨렸다는 그런 자책 속에서 난 한 시도 쉴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게 꼭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야.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그저 열심히만 하다 보니 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제법 멀리 나아가있는 것 같거든. 그런데도 여전히 난 죄책감에,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 죄책감에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가끔 절망할 뿐이야.



언젠가 누군가 그러더라고. 내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 같다고. 맞아, 나는 너를 잃고서도, 관계를 정리하고 난 그 이후에도 단 한 순간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어. 자유로운 척 행세하며 살아가기는 했지만, 내 모든 행동의 기준에는 네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본 적 없던 많은 것들을 했고, 또 포기하며 살아왔어. 죄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조차 나는 평생 이렇게 살겠노라며 오히려 다짐했어. 난 그렇게 살아도 싸다고, 아니,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은 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살다 보니 제법 많은 시간이 우리 사이에 쌓였고, 그사이에 난 많이 변했다. 그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나 봐. 사실은 이제 조금 지쳐. 너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도 싶고, 정말로 내가 호흡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 나의 모든 동기가 더 이상 죄책감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며 살고 싶어, 너와는 상관없이.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면서 자유롭다고 느껴보고 싶어.





여전히 난 너를 온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점점 더 나의 이유에는 네가 흐려지고 있고, 이러다 보면 너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정도의 사람이 되어있겠지. 너를 잊어가며 나는 또다시 죄책감에 시달리고 수없이 무너져야 할 거야. 너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그렇게 망쳐놓고 감히 숨을 쉬려 한다고 나의 온 마음이 나를 비난해대겠지. 그것까지도 내가 져야 하는 책임이겠지? 그저 그렇게 믿고 울다 보면 다 지나있을까?



이미 우리는 여러 번의 이별을 했지만, 또 한 번 너에게 이별을 통보해. 또 한 번 안녕. 이제는 헤어짐만이 남아있는, 나의 사랑이었던 사람아. 나의 내일은 네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너는 너의 호흡 속에서, 나는 나의 호흡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자. 그러기 위해서 나는 너를 떠났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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