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이후부터 순두부를 못 먹었다. 친구네 가족과 간 식당에서 순두부 뚝배기에 밥을 두 그릇이나 말아먹고 자매가 보기 좋게 체해, 새벽 내 고생을 한 것이다.
그날 이후 순두부만 보면 위아래로 쏟아낸 끔찍한 고통이 생각나는 ‘순두부의 저주’에 걸려버렸다. 언니는 대학생이 되고 ‘생각보다 괜찮던데?’ 하며 잘만 먹었지만, 나는 그 저주에 굳어버려 지레 겁먹고는 수년을 피해왔다. 먹으면 다시 아플 것 같고, 설사 먹는다 하더라도 그때의 맛을 느낄 순 없을 거 같았다.
고등학교 때는 급식으로 순두부가 나오는 날이면, 영양사 선생님 덕분에 감사하게 나를 위한 음식이 따로 준비되었다. 역시나 시간이 지나 밖에서 밥을 먹는 날이면, 사람들은 그날 당기는 칼칼한 순두부의 맛을 뒤로하고, 내 눈치에 당연한 듯 그것을 메뉴에서 제외해야만 했고.
그렇게 저주를 풀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경계는 계획하지 않은 순간, 아주 우연히 풀어지고 연해지듯. 별생각 없이 순두부를 한 입 하게 되는 날이 생겼다. 사실 그 첫입의 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만큼 평범했으며 자연스러웠고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지도, 또 다른 저주에 걸리는 일도.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일이 순두부를 한 입 하는 것만큼 자연스레 생겼으면 한다. 굳어진 시선들이 나를 옭아매는 일이 없도록.
생각해보면 나는 순두부 이외에도 너무 많은 음식과 맛을 확신에 차 싫어하고 멀리했다. 그러나 맛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들의 권유로 한 입 했을 때, 지레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좋은 맛을 경험해왔다. 아마 인생의 작은 부분들이 나의 순두부 사건과 닮았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쌓인 갈등과 오해들이, 버릇처럼 늘어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의도나 목적 없이 자연스레 해결되는 날이 생겨나면 좋겠다. 잔뜩 긴장한 내가 다치거나, 더 단단한 벽을 세우는 일이 없게, 어느 순간 어느 때에 스르르 풀려버리는 매직. 그렇게 눈치 못 채는 사이, 나는 순두부를 떠먹듯 자연스럽게 겁내고 있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