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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전세로 신혼집 구한 개발이
01화
05학번 건대 친구들과의 모임
by
유다로
Dec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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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사람들은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나도 이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내 발걸음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올라가 7호선으로 갈아타고 건대입구역에서 내렸다.
"와 건대입구역 얼마만이냐 진짜"
"근데 여긴 어째 그대로인 거 같네?"
넓은 8차선 도로, 오래되어 보이지만 화려한 건물들
그리고 이 거리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군데군데 바뀌긴 했지만, 15년 전 그대로인 거 같다.
1번 출구로 나와 3번째 골목으로 들어갔다.
낯선 듯 익숙한 이 골목을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5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로로식당, 오늘의 약속장소는 바로 여기다.
우리가 대학시절 자주 가던 그 삼겹살 집.
여기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었구나 싶다.
"간판은 그래도 바꿨네?"
신기한 듯 쳐다보고, 가게 문을 열었더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야~이 개발아~~ 인마 오랜만이네~"
"어~ 왔냐~"
시큰둥하게 인사했지만, 막상 서로 얼굴을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금수랑 촉새는 좀 늦는다고 하더라고"
"에리아 그놈들은 맨날 늦더라. 일단 우리끼리 먹고 있자"
"이모~ 여기 삼겹살 3인분이랑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 주세요~ 이슬이랑 카스요~"
뜨거운 불판에는 삼겹살이 노릇하게 익어간다.
테이블에는 이미 소주 반 병과 맥주 한 병이 비어져 있다.
밖에 날씨가 추워서 인지, 불판이 뜨거워서 인지,
벌써 취기가 올라오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모이는 친구들은 모두 대학교 동기들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지역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달랐다.
그저 대학교 봉사 동아리에서 만나, 4년 내내 붙어 다니게 되었다.
서로 취미가 비슷한 것도 성격이 비슷한 것도 아닌데 한 번의 큰 싸움 없이 잘 지냈다.
그렇게 계속 붙어 있을 줄 알았지만, 취업을 하면서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개발이 너 요즘 회사는 어떠냐?"
"머 맨날 똑같지, 안 그래도 요즘 회사가 실적이 좋지 않아서 쥐 죽은 듯이 있어"
개발이는 강남에 위치한 IT회사를 다니고 있다.
원래 컴퓨터 전공이었던 개발이는 학점이 좋진 않았지만 코딩 실력은 과에서 최고였다.
그래서 별명이 개발이다. 축구를 못해서 개발이가 아니라 개발을 잘해서 개발이다.
"야 그래도 우리 중에 네가 유일하게 회사가 강남이잖아 성공했어~"
"성공은 무슨! 강남에 집 있는 놈이 나한테 할 말이냐 그게!"
"그러고 보니 너 이번에 전세 연장 할 거야?"
"내 생각엔 이번에 내 집마련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내가 돈이 어디있어... 그리고 집값 더 떨어지는거 아니야 이제??"
"사실 애가 학교 다니니 이사하기도 힘들고 그냥 전세 연장 해야지 머"
개발이는 푸념하듯 말하고는 소주를 들이켠다.
잔을 들어 올리는 개발이의 잔에 나도 급하게 짠을 하고 소주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알코올 냄새가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앞을 보니, 개발이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그 얼굴이 소주 때문인지, 집 때문 인지 알 수 없지만 오늘따라 개발이의 어깨가 처져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 계속
keyword
소주
건대
Brunch Book
신축 전세로 신혼집 구한 개발이
01
05학번 건대 친구들과의 모임
02
컴퓨터를 사랑한 개발이
03
난생 처음 소개팅 준비하기
04
개발이에게 찾아온 사랑
05
신혼집 구하기 프로젝트 1
신축 전세로 신혼집 구한 개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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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로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나 현재는 강남 자가에 살며 부동산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는 직장인 투자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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