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도 악몽을 꾸었다.
포근해야 할 이불이 돌무덤처럼 무겁게 내 몸을 짓눌렀다.
이불속 공기는 눅눅했고, 피부를 덮는 천의 감촉은 거칠게 느껴졌다.
숨을 쉬는데, 공기가 딱딱한 모래처럼 목을 긁었다.
꿈속의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다리는 구부러지지 않았으며, 가슴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조여왔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있었다.
축축하고 차가운 손.
꿈속에서도 나는 단번에 그것이 누구의 손인지 알았다.
그 손은 다리를 타고 느릿하게 올라왔다.
살갗을 훑는 느낌이 뱀 같았다.
서늘하고 끈적한, 살아 있는 뱀.
그리고 목덜미를 짓누르는 감각.
눈을 뜬 그 자리에는, 미소 짓는 아빠 얼굴이 있었다.
그 미소는 너무 작아서 더 섬뜩했다.
눈가는 실눈처럼 좁아졌고, 입가에는 마치 침이 흐르는 것 같은 번들거림이 있었다.
그 얼굴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뱀. 혀를 날름거리며 먹잇감을 길게 조여 오는 뱀.
그 뱀이 내 위에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폐가 뒤틀릴 만큼 외치고 싶었지만, 목구멍은 벽처럼 막혀 있었다.
비명을 쥐어짜려 할수록 가슴이 타올랐다.
무거운 건 이불이 아니었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그 몸이었다.
무게와 냄새, 숨소리까지도 전부 생생했다.
나는 깔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살고 싶었다.
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발, 소리를 낼 수만 있다면...
방 안은 너무도 익숙했다.
그 방.
어릴 적, 열일곱 해를 버텨낸 그 낡은 방.
누렇게 바랜 벽지 사이로 스며든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내 폐 속으로 들어왔다.
그 공기는 이미 내 일부처럼 깊이 박혀 있었다.
내게 가장 처음 공포를 가르쳐 준 곳.
나는 남편을 부르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나를 꺼내달라고.
지금, 지금이라면 가능하다고 믿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세 명의 남자가 있으니까.
나를 지켜줄 남편, 그리고 내 두 아들.
이제는, 무섭지 않다.
그 방에서 나를 건져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소리를 내야 했다.
그 한 마디면 현실이 다시 열릴 테니까.
소리를, 소리를...
“악!”
그 순간, 목덜미를 짓누르던 아빠가 사라졌다.
나는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의 무늬, 부드러운 조명의 잔상, 따뜻한 이불의 감촉.
여긴 우리 집이다.
“여보, 괜찮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내 등을 어루만졌다.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베개가 젖어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악몽을 꿨어.”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다.
아이들의 숨소리는 조용했고, 남편의 온기는 부드러웠다.
나는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그 품 안에서,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곳은 우리 집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 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그 밤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나는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