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by 보물

12월 중순까진 못해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뛰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손이 시려 장갑을 껴야 할 만큼 쌀쌀해졌지만 땀 흡수가 잘되는 기능성 티셔츠 위에 머리랑 목 입까지 가릴 수 있는 티를 겹쳐 입고 얇은 다운 조끼를 입고 달렸다. 달리다 보면 온몸이 데워져서 나중엔 다운조끼를 벗어도 충분했다.

그늘진 화단 구석엔 서리가 희뿌옇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길은 미끄럽지 않아 뛰기 알맞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며칠 독감을 심하게 앓았다.

주사를 맞으니 금세 열이 내려 괜찮아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독감후유증에 갇혀 있었다.


새해가 되고 며칠이 흘렀다.

밖의 기온이 영하 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춥겠지?

-아마 발도 무척 시릴 텐데…

-그래 역시 한겨울에 달리기는 무리야


그렇게 적당히 타협을 하곤 집에 있는 실내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실내자전거를 탄 후 그동안 운동하면서 배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운동시간을 채워나갔다.

어느덧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도 운동했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편에서 올라왔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뛰자’

부채감인지 의무감인지 알 순 없지만 한겨울 쨍한 공기를 마시며 뛰는 기분을 무엇과도 바꿀 순 없다.

실내자전거로 덮어보려 했지만 덮어지지 않는 찝찝함.

어느새 나도 모르게 러닝에 스며들었나 보다.






이전 05화러닝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