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우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있죠! <론뮤익 Ron Mueck>의 전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습니다.
론뮤익의 초기작품을 살펴보면서,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아티스트들의 구심점이 된 yBa 그룹과 Sensation 전시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새로운 미술의 탄생: yBa와 1990년대 영국의 문화 전환
1990년대, 영국 현대미술은 전례 없는 주목과 논쟁의 중심에 섰는데요. 아마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시면 들어보셨을, 상어를 박제한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서, 트레이시 에민, 사라 루카스 등으로 대표되는 yBa(Young British Artists)는 죽음, 섹슈얼리티, 소비문화, 자기 노출 등을 거침없이 다루며, 전통적 예술 개념에 도전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충격적이고 도발적이었으며, 때로는 선정적이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급진적 감각은 단순한 개별 작가의 독창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당시 영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적 전환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yBa의 등장은 우선 1980년대 대처리즘(Margaret Thatcher)의 보수화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적 긴장과 반대급부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공공복지와 문화예산의 축소, 개인주의의 강조는 기존 예술제도의 약화를 가져왔고, 젊은 예술가들은 제도 밖에서 스스로 생존하고 발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특히 영국 보수집단에 대한 반발은 yBa 작가들로 하여금 육체, 욕망, 죽음, 사회적 금기를 예술의 중심 주제로 삼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런던 동부 및 템스강 남동부 지역으로의 예술가들의 이주와도 맞물리는데요. 당시 이 지역은 산업 쇠퇴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넓은 창고 공간을 제공했고, 기존 갤러리 시스템과 거리를 두고 자율적 전시와 대형 설치작업이 가능한 창작의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기반 위에서 골드스미스 대학(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은 yBa의 정신적 인큐베이터였습니다. 장르 경계를 허무는 커리큘럼과 비판적 사고 중심의 교육, 실험을 장려하는 교수진은 ‘잘 그리는 법’보다 ‘왜 예술을 하는가’를 먼저 묻는 창작 문화를 만들어주었는데요.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yBa 작가들이 이곳에서 성장했고, 이 학교의 교육 철학은 이후 yBa의 미학과 주제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yBa의 폭발적 등장은 사치 갤러리(Charles Saatchi Gallery)와 같은 개인 후원자 및 미디어의 역할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다. 찰스 사치는 이들의 작품을 대거 매입하고 전시하며, <Sensation>(1997) 전시를 통해 이들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브랜드로 만들어줍니다.
동시에 yBa는 대중문화와도 전략적으로 결합해서, 영국 대중에게 현대미술이 처음으로 ‘흥미롭고 충격적이며 논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하였고요.
이 현대미술을 리드하는 젊은 작가들의 등장은 예술 내부의 변화를 넘어, 1990년대 영국 사회 전체의 정치적, 경제적, 교육적, 도시 공간적 맥락이 복합적으로 교차한 산물이었습니다.
1997년, 영국 현대미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Sensation> 전시는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의 개인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yBa작가들의 전시였는데요.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성과 사회적 파장을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이 전시에서 가장 감정적인 충격을 안긴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론 뮤익(Ron Mueck)의 <Dead Dad>(1996–97)입니다. 뮤익은 yBa의 정통 계보에 속하진 않지만, 이 전시를 통해 yBa가 구축한 '시각적 충격의 언어'를 정서적·조형적으로 확장시킨 대표적 인물로 평가됩니다.
<Dead Dad>는 론 뮤익이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 제작한 실리콘 조각으로, 실제보다 축소된 누드 시신 형태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내었습니다. 실제 인간의 머리카락까지 포함되어있고, 극도로 사실적인 질감과 피부 표현을 하고 있어 낯설게 느껴지기 까지 합니다.
이 사실성은 단순한 기술적 과시가 아니라, 관객의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는 조형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작품은 실제보다 작은 크기로 아버지의 신체를 재현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죽음 앞에서 육체의 무력함과 상실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였죠.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점은 '작게 만들기’라는 조형 전략이었는데요. 실제보다 거대하게 하거나 작게 하면서 낯설게 만드는 게 뮤익의 독특한 표현력이죠.
이 작품에서 실재보다 작아진 신체는 일종의 심리적 왜곡으로 기능하며, 관객의 일상적 시야와 감정의 균형을 흔듭니다. 극사실주의 조각이 ‘너무 커서 압도적’인 경우가 많다면, 이 작품에서 뮤익은 그 반대로 ‘작아서 무력한 리얼리즘’을 보여주죠. 이러한 접근은 관객의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침전시키고 깊숙이 빠져들게 합니다.
뮤익의 <Dead Dad>는 '감정의 ‘탈감정화’를 지향하는데요. 작가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감정은 형태 속에 응축되어 있으며, 관객이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으로 풀어내도록 합니다.
뮤익은 생애 초반 인형극과 특수효과 분야에서 일했고, 이러한 경험이 그의 고도로 정밀한 표면 묘사와 시각적 정서를 구현하는 데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죽음 이후의 육체"를 미학적으로 재해석하고, 존재론적 공허와 정체성의 경계를 드러내는 철학적 접근을 보여준 것입니다.
뮤익의 작품은 yBa를 대표하는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나 트레이시 에민이 충격과 도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뮤익은 고요함과 침묵으로 폭력적인 감정을 전달하는데 큰 충격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현대미술에서 점점 드물어지는 정적 리얼리즘의 진가를 보여주는 지점이고요. 그의 조각은 움직이지 않지만, 감정은 격렬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관객이 말을 잃고 정지하게 만들고, 자신의 경험, 상실, 죽음, 기억에 침전하게 만들죠.
뮤익의 <Dead Dad>는 극사실적 재현으로 재현하면서도, 작게 만들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무력함과 죽음을 형상화해 내어 침묵 속에서도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주었기에, 이후 작품들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