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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래다"를 선언한 리처드 해밀턴의 POP

오늘날 우리의 삶을 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by 유하리 Mar 05. 2025



어제의 내일은 오늘이 아니니, 오늘의 내일은 당신이 기대했던 것과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

Yesterday’s tomorrow is not today, so maybe today’s tomorrow won’t be quite what you expected…

- 이것이 미래다 This is Tommorow  



팝아트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어디지요? 바로 미국입니다. 하지만 팝아트가 영국에서 발원하였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1956년 런던의 화이트채플 갤러리(Whitechapel Gallery)에서 열린 <이것이 미래다. This is Tomorrow> 전시는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예술과 대중문화, 건축과 디자인이 한데 섞이며 '내일'을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실험적 프로젝트였는데요. 그리고 이 전시를 통해 팝아트(Pop Art)라는 거대한 예술 흐름이 태동합니다.


그 중심에는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이라는 팝아트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사실 팝아트의 아버지라하면 콜라병을 그린 앤디워홀을 떠올릴텐데요. 워홀에게도 영향을 준, 해밀턴은 <이것이 미래다> 전시에서 상징적인 콜라주 작품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을 선보이며 현대 소비사회를 예술로 해석해냅니다. 이 작품은 이후 팝아트의 기원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이미지이면서도, 오늘날까지도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명작의 특징이죠!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



<이것이 미래다> : 예술과 대중문화의 융합


<이것이 미래다> 전시는 인디펜던트 그룹(Independent Group, IG)이 주축이 되어 기획되었으며,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 평론가들이 협업하여 미래적 비전을 탐구하는 전시였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발전과 산업발전, 그리고 대중매체의 시대에서 고민하는 젊은 예술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전시였죠.

전시는 12개의 팀으로 구성되었고, 각 팀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이 생각한 "내일"을 제시합니다.


이 전시는 개막 전후로 언론과 미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습니다. 영국 아트 리뷰(ArtReview)의 평론가 피에르 루브(Pierre Rouve)는 "실험정신이 돋보이지만, 조형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라고 얘기하면서도,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로운 전시 중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당시 영국 미술계의 기성 세대에게 이러한 작품들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전통 회화나 조각과 달리, 잡지 그림과 광고로 꾸며진 콜라주와 환경 미술은 “이것도 미술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젊은 평론가들과 예술가들은 해밀턴의 시도를 적극 옹호합니다. 이 전시 카탈로그에 글을 실은 건축평론가 레이너 밴햄과 로렌스 엘로웨이 등은 당시 문화가 더 이상 과거의 양식에 머물 수 없으며, 대중문화와 기술이 예술에 영감을 주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시는 한 달 동안 약 2만 명이 방문하며 런던 동부의 갤러리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관람객들은 작품들을 직접 체험하며 미래적 공간을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파격적인 전시는 논란이 되기도 했죠. 기존 미술 관람객들에게 전통적인 예술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은 혼란을 주었고, 장난 같은 설치물들이라는 혹평도 따랐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과 학생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이후 팝아트의 탄생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미래다> 전시는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었고요, 해밀턴의 작품은 그 중심에 서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었습니다.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나 미국의 젊은 예술가들도 이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자극을 받았고,  해밀턴은 이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팝아트의 제너레이션들에게  영향을 주는 팝아트의 아버지로 불리게 됩니다.



리처드 해밀턴의 대표작:「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긴 제목의 작품입니다.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이 작은 콜라주 작업은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미술이 일상의 시각문화(광고, 만화, 사진)와의 결합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대중문화와 결합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오늘날 현대미술사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 작품은 당시 전시 포스터로도 사용되었으며, 팝아트 역사에서 가장 초기이자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데요. 작은 크기의 콜라주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1950년대 소비사회가 가진 욕망과 이미지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20세기 도시 생활 속의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대중 문화의 소비자이자 잠재적으로 대중 문화에 기여하는 존재이다.
The artist in the 20th-century urban life is inevitably a consumer of mass culture and potentially a contributor to it.

 - 리처드 해밀턴




팝아트가 선언하는 오늘날의 풍경:  


작품 속 공간은 광고 속 이상적인 거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낯섭니다. 근육질의 남성은 막대사탕(토티시 팝)을 들고 있으며, 여성은 머리에 전등갓을 쓴 채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주변에는 텔레비전, 통조림 햄, 자동차 광고, 로맨스 만화책이 즐비하지요.

현대적 가정의 상징들이 가득하지만, 그 공간은 마치 인간조차 소비재의 일부가 되어버린 풍경처럼 보입니다. 이는 현대적 가정의 아이러니를 재현해낸 것이죠. 대중 문화의 요소들이 깊숙히 파고든 우리 집안의 모습들. 대중 매체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가족의 구성원들이 그대로 흡수하고 있으면서, 집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건들도 소비 문화의 산물들입니다.


남성이 들고 있는 "POP"이라고 적힌 막대사탕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곧 등장할 팝아트(Pop Art)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요소인데요. 해밀턴은 소비주의와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시대를 재치 있고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이후 팝아트 운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해밀턴은 1957년 팝아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팝아트란: 대중적이고, 일시적이며, 소모 가능하고, 저렴하며, 대량생산되고, 젊은이들을 겨냥하고, 재치 있고, 선정적이며, 속임수 같고, 화려하며, 거대한 비즈니스와 연관된 것이다.
Pop Art is: Popular (designed for a mass audience), Transient (short-term solution), Expendable (easily forgotten), Low cost, Mass produced, Young (aimed at youth), Witty, Sexy, Gimmicky, Glamorous, Big business

- 리처드 해밀턴



이 정의 자체를 그의 작품에 그대로 녹여내면서, 1960년대 미국의 대규모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본격적으로 팝아트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해밀턴은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산업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임을 날카롭게 포착한 것입니다.



워홀 이전의 더 선구적인 워홀적 작품을 보여준 해밀턴의 시선에서, 앞으로 현대미술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수많은 풍경들, 즉 대중문화와 결합하면서 이전의 고급 예술의 경계를 허물것이라는 기념비적인 선언을 소개 해보았는데요.


자 어떤가요? 팝아트는 단순히 장난스러운 예술이 아닙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포착하는 우리시대의 풍경인거죠.

이제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방향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해가 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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