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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Aug 28. 2023

2. 겸손

Modesty

  가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평가를 한다.  

    

  어느 날 영문법 규칙 중에서 문장의 다섯 가지 형식을 발표하게 하고 개념을 얼마나 제대로 설명하는지를 평가한 적이 있다. 평소 이해력이 다소 낮아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도 잘 못 하고 문제를 풀어보면 동그라미보다 별표(나는 채점할 때 틀린 문제에 ★를 한다)가 더 많은 한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문장의 첫째 형식부터 다섯째 형식까지 거의 틀리지 않고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크게 칭찬하였더니 친구들이 자신에게 개념을 많이 알려주고 설명을 잘하도록 연습을 도와준 덕분이라고 했다.  

    

  그 아이가 실력이 나아졌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겸손한 그 마음이 더욱 기특하게 다가왔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며 자신의 능력이나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겸손은 내가 선생님께 칭찬 들은 것을 뽐내지 않는 것입니다. 

    

겸손은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겸손은 내가 반장선거에서 이겼을 때, “친구들이 도와준 덕분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공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도 있겠지만, 운도 따랐을 것이고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보고 깨달아야 한다.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가치 덕목이 바로 겸손이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면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이 보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 사람들과 나누는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자신이 성취하고 누리는 모든 것을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루었다고 믿는 오만한 능력주의자는 자신만큼 성취하지 못한 사람을 패배자로 보고 업신여긴다. 그리고 능력주의에 바탕하여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는 불평등이 만연하는 불공정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2020, 와이즈베리)⌟에서 이러한 능력주의의 폐해를 치유하고 많은 사람이 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기회의 열매를 공유하게 해주는 가치가 바로 겸손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러한 생각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능력주의의 폐해를 없애려면 복지를 확대하고 불공정 사례를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과 같은 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겸손해야 한다는 순진무구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내 그의 주장이 이해되었다. 사회와 사람들 사이에 겸손의 가치가 공유되지 않은 채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또 다른 불만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복지를 확대하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지 않은가?

  또한, 자신이 공정하다고 믿는 그 마음을 깨트릴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을 불공정하다고 하는 지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과 싸우려 할 것이다. 

  그래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겸손의 가치가 공동체 안에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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