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의 온도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

by 그릿 grit

목포에 도착했을 때

집 앞에는 넓은 마당이 먼저 보였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

그 마당은 조금 낯선 풍경이었다.

우리 집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집이었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비슷한 문들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집은

마당을 지나야

집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남편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그 한마디가

집 안으로 천천히 퍼졌다.

잠시 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나는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인사를 먼저 해야 할지

말들이 목 안에서 섞였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왔냐.”

놀라지도 않았고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내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

그 말을 했다.

잠시 뒤

시아버지도 마당 쪽에서 들어왔다.

흙이 묻은 장화를 신고

모자를 벗으며

나를 한번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멀리 왔네.”

그게 전부였다.

그 순간

나는 조금 의아했다.

우리 집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갔고

걱정과 실망이 먼저였는데

이 집에서는

생각보다 말이 적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두 집이 다른 게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잃을까 봐

걱정이 먼저인 사랑이었고

이 집은

이미 일어난 일을

함께 살아가자는 쪽에 가까운 사랑이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외동딸이었고

동시에

이 집의 며느리가 되는 중이었다.

그날

목포의 마당에서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사람은

자기가 자란 집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는 걸.

“우리 부모님은 걱정으로 사랑했고,

그 집은 받아들임으로 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