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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이익, 그리고 인간을 통찰하는 길

노자·공자·한비자에서 솔론·관중, 사마천·애덤 스미스까지

by 제로 Mar 28. 2025

은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2020년에 발행한 신동준 박사의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상) (하)』를 비롯하여, 최진석 교수의 『나 홀로 읽는 도덕경』(시공사, 2021)과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 신동준 박사의 『팍스 시니카』(이가서, 2011), 자오타오·류후이 공저, 박찬철 번역의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위즈덤하우스, 2020) 등을 읽고 쓰는 독후감상문이다. 여기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 2023), 김원중 번역의 『한비자』(휴머니스트, 2016), 홍익희 작가의 『모든 돈의 미래 비트코인』(거인의 정원, 2024)도 함께 참고했다.


필자는 이미 여러 동화에서 노자의 자연관, 관중과 공자의 정치관, 한비자의 인간관, 사마천의 통치 관점, 애덤 스미스의 경제 관점을 비교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노자의 자연관점, 공자의 정치관점, 그리고 한비자의 인간관을 다시 한번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상인 출신 정치가인 관중과 솔론, 그리고 역사가 사마천과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를 비교하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사마천이 말한 자연 순리 및 이익에 기반한 통치의 유사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노자는 자연의 운행 법칙을 따르는 순박한 본성을 지키고, 그 법칙대로 통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반면 공자는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기보다 분배가 고르지 못함을 염려하라’고 하며, 인구가 늘면 부유하게 만들고, 그 후에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비자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수레 만드는 이는 사람들이 부유해지길 바라고, 관 짜는 이는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전자가 더 어질고 후자가 더 악한 것은 아니다. 생업과 이익의 구조에 따라 바라는 바가 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자의 자연관과 공자·한비자의 정치·인간관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통치 방식에서 각기 다른 관점이 드러난다.


이제 상인 출신 정치가 솔론과 관중을 비교해 보자. 아테네의 상인 출신 정치가 솔론은 집정관 시절, 무역 활성화를 꾀했다. 그는 당시 주요 교역 상대였던 페르시아 은화와 아테네 드라크마 은화의 무게를 동일하게 맞추었다. 그 결과 자유로운 화폐 교환이 가능해졌고 교역이 크게 늘었으며, 아테네 은화는 지중해 전역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극심한 빈부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부채를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했다. 이러한 개혁은 아테네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개혁이 훗날 자유시장경제의 토대가 되리라고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 역시 상인 출신이었다. 그는 군주 환공을 도와 군사력을 키우고 상공업을 육성하여 부국강병을 이루었다. 그가 저술했다고 알려진 『관자』에는 ‘창고가 가득해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도덕적 가치 역시 물질적 기반 위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물리적 충돌 없이 상대를 굴복시키는, 현대의 무역전쟁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제나라는 형산국을 병합하고 노나라·양나라·초나라까지 제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관중 역시 솔론과 마찬가지로 상업을 통한 국가 번영의 길을 제시한 인물이다.


이제 사마천과 애덤 스미스를 비교해 보자. 중국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를 저술했는데, 이 안에는 경제 정책을 논한 ‘평준서’와 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화식열전’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통치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좋은 정치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고, 그다음은 이익으로 이끄는 것이며, 그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 그다음은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고, 가장 못한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 여기서 순리에 따르는 정치는 노자의 도가 사상을 반영하며,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는 관중의 『관자』 사상이나 사마천의 ‘화식열전’·‘평준서’에서 잘 나타난다. 이를 상가(商家) 또는 경중가(經中家) 사상이라고도 부른다. 가르쳐 깨우치는 정치는 공자·맹자·순자 등 유가 사상에 해당하며, 질서를 바로잡는 정치는 한비자의 법가나 손자병법 같은 병가, 귀곡자의 종횡가 사상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진시키려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 즉 이기심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추구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은 매우 유명하다. 또한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개인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 가격, 이윤을 조절하여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분업이 국가의 부를 늘리고, 교역 범위가 넓어질수록 국가는 더욱 부유해진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이기심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는 중국의 상가(商家) 또는 경중가(經中家) 사상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유시장에서 개인의 이기심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생각은, 자연의 순리를 중시했던 노자의 통치 철학과도 유사한 지점을 보여준다. 사마천이 최상의 정치 방식으로 순리에 따르는 것과 이익으로 이끄는 것을 꼽았는데, 애덤 스미스의 핵심 사상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처럼 여러 동양 사상가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적 통찰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면, 동서양 사유 체계가 의외로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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