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로 아이들을 본다는 전문의는 아들이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그러니까 ADHD인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준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서너 달 정도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지연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담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가 막혀서 눈물이 조금 솟아올랐다. 그날 진료실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질 뻔했던 자신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곤 했는데, 그건 옆에 있던 준우가 지연의 손을 꼭 잡았기 때문이었다. 지연은 그날 아들이 자기를 붙잡아 준 거였다고 믿고 있었다.
만 5세 생일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 때쯤부터 준우는 가끔씩 음, 음, 하는 소리를 내곤 했다. 목이 아픈가 싶어 이비인후과에 가 보았지만 별 이상은 없다고 했다. 심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틱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지연은 병원보다 인터넷 카페를 먼저 찾았다. 그곳에는 아프거나 혹은 남들과 다른 아이를 키우는 온갖 부모의 온갖 사연이 올라와 있었다.
이상한 것은, 그녀는 그저 ‘틱’을 검색했을 뿐인데, 여러 게시물을 읽다 보니 그 증상을 가진 몇몇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틱 이외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거였다. 준우와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어떤 보호자는 평소에 자기가 관찰했다는 자식의 행동을 나열하고 회원들의 판단을 부탁했는데, 불길하게도 그 증상들은 언젠가부터 지연에게 많이 익숙한 것들이었다. 글 아래쪽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 병원은 가 보셨어요? 님 아들 조용한 ADHD인 것 같아요. 소심하고 조용해서 딱히 남들 방해는 안 하는데 혼자서 심하게 불안해하고,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그런 애들이 또 수업 시간에 많이 멍 때려요. 검사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을 듯.
- 윗분 말 맞아요. ADHD가 틱이랑 같이 오는 경우도 있대요. 산만해서 자잘한 실수도 많이 하고요. 저희도 비슷해서 가 봤다가 진단받았어요. 겉으로 그냥 보기엔 아이가 큰 문제는 없어 보이긴 해요.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ADHD의 증상이란 아이가 교실이고 놀이터고 백화점이고를 가리지 않고 정신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것, 부모가 그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통제를 시도하면 별안간 폭력적으로 변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부모를 때리기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닐 거야. 지연은 그저 아이가 내성적이면서도 조금 덤벙거리는 스타일이라고 믿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사소한 행동들이 예전보다 더 눈에 띄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까. 입학 후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드러났다. 준우의 담임은 지연에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아이의 학교생활과 자신이 느낀 점에 대해 말해주었다. ‘과다행동장애’라는 명칭과 다르게 소위 조용한 ADHD도 있다는 걸, 어릴 때부터 발달이 조금 늦되어 보이는 것이 그것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는 걸 지연은 아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3)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