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그만! 슬기로운 직장생활 NO.24
간만에 여의도 나들이를 나갔다.
5호선 지옥철의 주범이 누구라 생각하는가?
바로 여의도 때문이다.
강남에 이어 두번째로 업무지구가 많은 곳이 여의도, 그러나 밥 빌어먹기 위해서는 여의도로 갈수밖에 없다.
그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은데...
고액 연봉 받는 여의도 중심에 메가커피가 있는 게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커플이 커피 한잔을 서로 나눠 마시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처음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낀다 생각했지만, 그 커플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대화의 꽃을 피운다.
누가봐도 얼굴과 말투엔 신입사원의 풋풋함은 아니고, 루틴하고 익숙한 경영지원쪽 업무를 하는 듯한 연륜과 경험이 있어 보이는 30대중반쯤으로 보였다.
메가커피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그들의 대화는 실시간 라이브로 내 귀에 딱딱 꽂힌다.
물론 처음에 내 시선을 끄는 건, 두 사람이 한 잔의 커피를 주문한 궁색함이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1500원이 없단 말인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근데 그들은 나의 표정이 거슬리지 않았다. 왜냐? 이 둘은 이 세상에 둘만 있기 때문이다. 둘만 보이고 둘만 즐거우면 되기 때문이다.
직딩이 되고 나서 내가 가장 신경을 쓴 건 남의 시선이었다는 걸 저 둘을 통해 깨달았다.
뭔 소리냐고? 내가 저들처럼 여유가 없다면 난 사람들 시선이 챙피해서 커피 한잔 즐기는 여유 따윈 부리지 않을 것이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며 매일 밤 늦게 퇴근하며 다들 이렇게 살 거라고 애써 내 자신을 위안했겠지.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고민 있어도 없는 척, 괜히 유난부리지 말자며 내 삶의 궁색함을 감추고 회피했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건 이거다.
최소한 저 둘은 안다. 커피 2잔은 사치라는 걸. 그걸 받아들이고 즐긴다. 그래서 커피 1잔의 여유와 대화는 즐긴다.
이 토욜 아침에 저 가난한 커플이 왜 내 시선이 꽂혔는지 모르겠지만, 그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간만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야근을 연장 밥 먹듯이 했더니 아무래도 내 상태가 메롱이라 그런듯 하다.
뭐 어떤가? 저 남들 1도 신경 쓰지 않는 가난한 커플 때문에, 남들 겁나 신경 쓰는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아 마음이 춥다. 내 옆에 누군가 없어서겠지?
왜 오기로 한 친구놈은 오늘따라 늦는단 말인가?ㅋㅋ
겨울이다. 아니 곧 봄이 온다.
봄따라 맘을 새롭게 다지고 싶다.
친구에게 한번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먹자고 해볼까? 미친X이라 하겠지?ㅋㅋㅋ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지 않냐며 나무라겠지? 친구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볼 겸 시도해봐야겠다.ㅋㅋㅋ
어느 토요일, 여의도 고급 업무지구 빌딩들 사이에 고급지지 않는 직딩커플의 새삼스로운 모습을 보고, 새삼스러운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