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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Sep 07. 2024

[군인에서 ] 채용(4)

면접장에서 갑자기 영어를?

면접의 유형과 질문은 무궁무진하다.


면접관의 난해하고 어려운 질문은 면접자의 암기에 가까운 준비된 답변과 무색하게 머리를 하얗게 물들여놓는다. 하물며 군에서 근 10년을 보낸 나에게 면접은 막연하면서 두렵기까지 했다.


나는 취준생일 때 크게 5개 유형의 면접을 봤고, 각각 토론 / 직무 / 인성 / PT / 영어 면접이었다. 군출신의 시각에서 이 면접이 유형별로 어땠는지 말해보려 한다.




갑자기 영어면접?


가장 날 당황시켰던 영어면접 이야기다. 따로 영어 면접을 계획하거나 준비한 게 아닌데, 우연히 영어로 면접을 보게 됐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면접관이 즉흥으로 시켜서 당황하며 떠듬떠듬 봤다. 말하는 감자가 이런 건가 싶기도 했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떨어진 게 자랑은 아니지만, 여기서 또 하나 배운 점이 있었다. 군인은, 아니 나는 참 순진했다는 점이다. 영어가 중요한 직무고 높은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 채용공고문을 봤음에도, 영어 면접이라 확실히 명시되지 않았기에 준비조차 해가지 않았다. 그저 운 좋게 얻은 높은 성적만 믿었다.


내 영어 성적이 높으니 뽑아주겠지..



지금 돌아보면 참 바보 같았다 회고하지만, 당시만 해도 면접 직후 창피함에 억울하기까지 했다. 면접을 치르고 나서 군 현역인 동기와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갑작스러운 영어 질문에 면접을 조졌다”는 하소연을 했더니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여줬다. 미리 명시하지 않았으니 사기라는 군 동기들의 반응과 달리, 그 당연한걸 왜 준비하지 않았냐는 고등학교 동창의 지적이 있었다.


영어가 필요 없는 직무도 어학성적을 내는데
하물며 영어가 중요한 직무면
최소한 자기소개와 자소서 관련 예상질문은
뽑아서 외우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
니 그렇게 하면 치열한 취준판에 생존 못해




면접관들의 질문에 더듬거리며 애써 대답을 끼워 맞췄던 그때가 지금도 기억난다. 시험문제도 어렵지 않았다.


- 영어로 1분 자기소개해보세요
-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은요?
- 일할 때 어떤 걸 잘하세요?
- (자소서에 있는) 대회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 (자소서에 있는) 연수에서 뭘 했죠?



사석이나 외국인 친구에게 라면 쉬이 답했을 이 네 가지 질문에도 준비되지 않은 나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갑과 을이 명확한 면접장 안에서, 을도 아닌 병이나 정이 된 듯했다. 심지어 면접관은 내게 물 마시며 긴장을 풀라며 말하기도, 생각할 시간 30초 정도 줄 수 있다며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안일한 태도로 어필할 기회조차 잃고 최악의 면접을 본 그날 이후 나의 면접은 더 잘 풀리곤 했다. 그 날 부끄러웠던 최악의 영어 면접 이후부터 더 철저히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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