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같은 고백 – 어느 여름, 지하철에서

by Pelex

삶과 죽음.
뉴스 속에서는 참 단순해 보이는데,
죽지 못해 사는 내 삶은 왜 이토록 버겁고 아픈 걸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병든 딸아이가 나보다 먼저 편히 떠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친 몸과 마음이 먼저 한계를 느낍니다.
‘내가 먼저 가야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당신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 욕심과 부족한 능력으로
당신을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도 좀 더 쉽고 편한 길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그 어렵다는 직장을 공무원 4급(지금의 7급)으로, 또 00 공사 같은 안정된 길도 걸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스스로 내려놓았습니다.
하긴, 아버지의 유산으로 아파트 사업도 해보았으니,
그 시절엔 나름의 야망도 있었던 셈입니다.
나는 사업을 감당할 그릇이 못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왜 그리도 힘들고 험한 길만 빙 돌아왔는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
결국 모든 짐을 남겨둔 채 먼저 가게 되어
미안합니다.

이제 당신도 나이가 많습니다.
어제 딸아이를 온 힘을 다해 씻겨주는 당신을 보며
왠지 모르게 속이 울컥했습니다.

부탁 하나만 남깁니다.
당신도 이제,
조금은 편안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더는 그 큰 집, 땅덩어리들을
부둥켜안고 살지 마세요.
가져갈 것도 아닌데...

내려놓으면 모든 게 편안한 것을.
그걸 왜 이렇게도 모르고 살아왔는지.

제기랄.
왜 이토록 어렵게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나는 지금,
작은 건설회사 소장입니다.
매일 뛰고 또 뛰어도
늘 나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가슴도, 머리도 터질 듯이 아팠습니다.
사람들과 부딪치는 스트레스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졌습니다.
몸도 마음도 이제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사표를 씁니다.
하지만...
‘월급’이라는 마약이
쉽게 그만두게 두질 않네요.

돈, 돈, 돈...

이제는 당신 얼굴 보기도 두렵고,
떠나려 하니 아무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자식이란 무엇이고,
형제란 또 무엇이며,
친구란 무엇인지...

휘둘러 보고,
손을 내밀어 보아도
결국 남은 건
당신과 나, 둘 뿐이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래도 세상 구경,
참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당신 마음 가는 대로
남은 삶 편히 사시길 바랍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밤새 죽음을 생각하다가,
이 글을 지하철 안에서 씁니다.

1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서러움이 복받쳐
가슴으로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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