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신화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갑자기 좁은 평수로 집을 이사 가야 했거나, 양육자가 정리해고로 직업을 잃었거나, 중소기업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부도가 났거나, 양육자 중 특히 어머니가 실질적 가장이 되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한, 어떤 형태로든 정상가족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며 자신의 속사정을 가까운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끝없이 치솟는 아파트값을 보며 더 이상 내 집을 가지지 못할 거라고 체념해 버린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조건들 위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다가도, 그 땅이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마민지, 출판사 클, 2023.08.31.)
삶은 다양한 삶을 통해 결정된다. 샤르트르는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살면서 다양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사실 내일을 알 수 없으므로 언제나 선택에 대한 불안은 남아있다. 특히나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금액이 발생하는 집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몇 달간 잘하는 선택인가 하는 고민으로 밤에 뒤척이게 된다. 항상 이번 결정이 가장 인생에서 가장 큰 난관이라고 믿었지만, 이후에 더 큰 난관은 언제나 당연한 듯 등장한다. 예를 들면 3억짜리 집을 손을 떨며 계약하느라고 고민했다면, 이사를 가기 위해 알아본 집은 그 2배의 금액이 되어 2배의 긴장으로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위해 긴장하면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지만, 갈수록 공부할 양이 늘어나서 더욱 긴장하게 되지만, 그 긴장 사이의 여유를 즐기는 홀연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지나고 보니 포기하고 놓아버린 시험이 가장 나쁜 결과를 낳았지만, 긴장하는 상태보다는 홀연한 상태에서 치른 시험 성적 결과가 더욱 좋았다.
어린 시절 작은 실패로 두려워하고 있던 나에게 나의 가족들은 앞으로 더 큰일도 많고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잠시 숨 고르고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나의 선생님은 사람이 살면서 창피하고 난감한 순간은 반드시 오지만 그때마다 도망치지 말고 차라리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시간이 지나가길 버티고 진정되면 정리하라고 말해주셨다. 오늘 나를 괴롭히는 선택의 갈등이 내일의 나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괴로운 걸 보면 나는 정말 큰 사람이 되는 과정에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