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구둣주걱, 이대로 좋은가
폴 메카트니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도살장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라는 영상을 본 뒤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조지 해리슨>에는 한 친구가 폴 매카트니에게 '환경주의자가 가죽점퍼를 입었어?'라고 놀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점퍼를 새삼스럽게 내려다보는 폴 매카트니의 표정. 그때에도 나는 내 현관에 걸려 있는 구둣주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혹은 남들이 살아온 방식을 무심히 답습하는 태도가 때로 편협하고 안이한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또 못 버린 물건들>(은희경, 난다, 2023.08.31.)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생이 된다는 오래된 격언처럼 살면서 남들이 해온 방식을 그저 답습한다. 인간의 뇌는 생각을 하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에 고민 없이 예전의 방식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조직이나 사회에서는 관료주의라는 운영방식이 안정적이지만 변화나 발전이 늦게 이루어진다. 사람에 따라 공격하기 쉽고 공격받기 쉬운 체제가 아닐까 싶다.
무심코 만들어진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은 계기가 있어야 실천이 따른다. 건강을 잃고 습관을 고치는 경우가 대표적인 습관 개선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최근 청소년들의 제2형 당뇨병이 유행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식습관의 변화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겨 먹다 보니 당뇨병의 증가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단지 유행을 따라 친구들과 함께 한 것뿐인데 정말 습관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려워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집에 쇼핑백을 모아두었다가 쇼핑백 무덤이 되어 버린 상황이 되었다. 언젠가 쇼핑백을 쓸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나둘 모아두었는데, 방을 하나 가득 채울 정도로 쌓여서 쇼핑백 무덤이 되어 있었다. 티클모아 태산이라고 하더니 그렇게 모으려고 하는 돈은 잘 안 모이는데 쓸데없는 습관으로 쌓인 짐들은 참 빨리도 늘어난다.
버려야지 생각한 물건들도 고쳐야지 했던 습관들도 무심하게 넘기다 보면 화석처럼 쌓여 나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나는 오늘내일의 내가 기뻐할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