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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l 23. 2024

너는 바람에도 흔들리는구나

빠르진 않지만 가볍구나

아침부터 모기를 잡겠다고 박수를 쳤는데 바람에 유유히 날아가버린다.


"빠르진 않지만 무척 조급한 녀석이군!"

아침 운동을 갔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불청객 모기가 있다. 얼마 안 된 풋내기라서 그런지 의욕만 앞서 무서운 기세로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꼭 오늘 배를 채우겠다는 일념이 보이지만 나도 호락호락 나의 피를 빨도록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로잉머신에서 힘을 빼기 전에 꼭 잡고 말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젯밤 쏟아지는 비로 잠을 설쳤더니 의욕도 금세 사라진다. 그래도 중간중간 연신 박수를 치며 모기의 공격을 피해 본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손바닥을 경쾌하게 부딪쳐 드디어 모기를 잡았다. 손안에 찌부된 모기를 보니 기분이 나빠 손을 씻고 다시 운동에 집중하기로 한다. 여름이라 기운이 없어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의 운동만으로도 마라톤을 마친 사람처럼 온몸에 땀이 흐르고 있다. 평소보다 강도를 낮춘다고 말하지만 땀나고 피곤하니 그만하고 찬물로 샤워할 생각만 든다. 마무리로 러닝머신에서 몸을 풀고 오늘의 운동을 마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허벅지가 가렵기 시작한다. 아 배고픈 모기가 하나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도대체 언제 물고 간 걸까?


"모기를 잡는 건지 나를 잡는 건지?"

뉴스에서는 오늘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다양한 소식이 전해진다. 저 넓고 사람이 많은 미국에 인물이 저리 없나 먼 나라 걱정을 끝내자마자 우리나라 소식은 더 한숨이 난다.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눈앞에 새로운 모기가 등장한다. 이미 기분도 나쁜데 뉴스에 집중을 할 수 없다. 꼭 너를 잡고 오늘 운동을 마치리라! 천장에 붙은 모기를 잡겠다고 나오지 않는 각도에서 손목을 비틀어 내리쳤지만 모기는 이미 날아가고 천정을 잘못 친 내 손목만 아프다.


이야기 둘 모기의 침 p.35

모기가 효율적으로 피를 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피해를 입는 동물이 피를 빨리고 있는 순간에는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모기가 피를 빠는 동안에는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모기는 그런 조건에 걸맞게 피를 빨리는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고도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정교한 주둥이를 지녔고 침에는 혈액이 응고하는 것을 방지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황열병은 원래 인간의 질병이 아니었다. 원래는 열대지방의 원숭이들 사이에서만 유행했던 질병이다.

《침 튀기는 인문학》 (곽경훈, 어린이아현, 2020.08.10.)


장마철에는 모기가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에 잠시 모습을 감춘다고 들었는데 오늘따라 배고픈 모기들이 등장한다. 모기들이 어디서 나와서 저렇게 시커먼지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으스스하다. 무더위에 새벽마다 쏟아지는 비에 잠을 설치는 데 창문 모기장에 매미까지 붙어 있다. 다들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구나 싶다.

"가벼우면 빠르지 않아도 생존하는구나 하며 스스로 무거워진 배를 원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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