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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Aug 16. 2024

웃어보자

도망치자?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면 그냥 웃게 된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견인해야 할 것 같네요."

무더위에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니 아무래도 서비스 센터로 견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보험사에 견인을 요청하고 더운 여름 길에서 기다려본다. 견인차가 곧 도착하고 차를 밀고 끌고 우여곡절 끝에 견인차에 올린다. 견인차에 올라타고 서비스 센터로 가는 길 아저씨가 오늘같이 더운 날에 차가 어쩌다 고장이 났냐고 하시며 내쪽으로 에어컨을 돌리고 바람을 올려주신다. 아저씨도 고생하셨는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신다. 그래 한 여름에 견인을 당하는 심경은 땡볕 아스팔트의 열기와 같이 식지 않는다. 그 와중에 나는 언제 보험에 견인 출동을 6회나 특약으로 했을까 생각했다.


"우선 수리 부품이 들어올 때까지 두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차량 서비스 센터에서 상태를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수리 부품이 도착해야 수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다시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린다. 태양이 머리 위에서 지글거려서 다들 좁은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태양을 피하고 있다. 나도 그 무리에 껴서 그늘에 자리 잡는다. 열받아서 머리가 부글거린다. 점심 메뉴를 전화로 주문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더운 여름이라 콩국수를 주문한다. 콩국수 국물이 너무 걸쭉하지 않게 부탁한다. 콩국수 국물이 걸쭉하지 않게 요청하면 국물에 물을 좀 더 부어주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웃어본다.


"화가 날 땐 청소를 한다."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청소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처럼 청소에 소질이 있지도 않다. 그저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은 신데렐라도 청소에 진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용히 청소를 하다 보니 참 먼지가 많이 쌓인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손때도 보이고 수북이 쌓인 먼지도 보인다. 청소마저 내 속도 몰라주고 끝이 없구나.


‘나’라는 기막힌 존재 P.90

미국 풋볼 감독 루이 홀츠는 2015년 프란시스칸 대학 졸업 연설 중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하지 마세요. 90퍼센트는 관심 없고 10퍼센트는 기뻐할 겁니다.” 나의 기쁨과 나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바로 나 자신뿐이다.

《청소 끝에 철학》(임성민, 웨일북, 2018.03.14.)


사실 괴롭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만 다들 무관심할 뿐이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고 하지 않고 웃기로 했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냥 그런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대해야지 더 노력하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분명 안 되는 일도 있다. 언젠가 해결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날이 오늘이 아닐까 싶다. 가끔 실없이 웃고 있으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너무 열받아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개인적인 소망일 수 있겠지만 우선 웃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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