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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Dec 13. 2023

단잠 깨지 말 것

눈을 감으면 따분하고 시시콜콜한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도 저는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흥미로울 것이 하나 없지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의 연장이라고나 할까요. 돌고 돌아가는 관람차에서 뱅글 뱅그르르 오늘도 저는 중도하차를 꿈꿉니다. 물론 생각은 현실이 아니기에 실체화가 되는지는 모호하답니다.


오전 오후 일을 하고 돌아온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어요. 어느 정도 듣는 둥 마는 둥 이걸 어찌 써먹을지는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쉽게 피로해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드문드문 선택과 올바름을 고민하는데요. 수많았던 선택은 지금의 저를 형성하고 올바름은 왜 이리 아득한지요. 저는 어쩐지 멀리서 점점 멀어지는 그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평소에는 본 체도 하지 않는 가라앉은 기억들을 몽땅 헤집어 놓곤 합니다. 올바르다고 확신했던 것은 영영 떠나고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은 전환되니 헛웃음이 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화려한 장신구가 언젠가 목을 옥죄어오기도 하는 거여요. 그러니 잃어버렸음을 무척이나 슬퍼할 필요는 없답니다. 비유하자면 적당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망망대해를 헤엄친다고나 할까요.


손목에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두었지요. 저는 물고기를 좋아해요. 유연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생기 가득한 움직임이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도 괜찮을 것만 같더라구요. 물고기는 어쩌면 가라앉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헤엄칠지도 모릅니다.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불안과 실망이 수시로 피어나고 이를 사전에 막는 방법이란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따라서 스스로의 인지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만 정신승리를 하게 된답니다. 긍정적인 부분이라고는 비록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더라도 저를 지탱해 주는 것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항상 미소 지을 거여요. 불행에 잠식되는 것은 한순간이니 긍정을 반복해서 입력합니다. 이를테면 어여쁘고 아름다운 것을 들춰보는 것이지요. 방울방울 이슬 맺힌 잎사귀와 시리게 싱그러운 파도 그리고 깊이 사랑했던 나의 물고기∙∙∙ 모든 폭닥폭닥한 마음을 떠올리면 부끄러움이 찾아옵니다. 미움과 집착으로부터 능히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저뿐이 아닌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자유로움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슬며시 입꼬리를 올려봅니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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