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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나무 Sep 09. 2024

2-8 다시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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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로 한참을 굴러 떨어진 것 같았어요.

몸엔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정신도 몽롱했어요. 모든 걸 다 잃은 기분이었죠.

암 수술 후 입원해 있는 병상에선 내가 살던 저 위의 세상이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졌어요.


낯선 세상에서 허우적대던 어느 날이었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심결에 이런 말이 튀어나왔어요.


그때, 옆에 있던 아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했어요.

"예전과 똑같이 살아야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듣고 나서 '아차'했어요. 정답이 아닐 수 없었어요.

'절벽 아래의 삶'에 머물러 있는 저와 달리, 아내는 이미 저를 '절벽 위의 삶'으로  끌어올려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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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단 하나’는 무엇인가?"

게리 켈러의 책 <원씽 (The One Thing)>이 던지는 핵심 질문입니다.

그간 비즈니스를 하며 마주했던 문제들, 특히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복잡한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책이지요.

저자는 성공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면 이 작은 성취가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예전과 똑같이 살아야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 의표를 찌른 아내의 한 마디에, 저의 가장 중요한 '원씽(One Thing)'이 결정되었습니다. 그것은 '일상 복귀'였습니다.

그 후,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어요. 저자는 이 질문을 먼저 해보라고 합니다. '그것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을 쉽게 혹은 필요 없게 만들어줄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제 선택은 '체력 회복'이었어요.

수술 후 가장 달라졌다고 느낀 것이 체력이고 운동 능력이었어요. 늘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었지만, 순식간에 10년, 20년 후에 만나야 할 몸으로 변해버렸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근력이 하루에 1%씩 감소하고 열흘이면 30%는 줄어든다고 합니다. 일주일간 병상에서 내려올 수 없었고, 퇴원 후에도 집 안에만 있어야 했으니 상당한 근력 감소가 있었겠죠. 게다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수술과 입원을 해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던 겁니다.

'체력 회복'이란 첫 번째 도미노를 잘 쓰러뜨리면 나머지도 하나씩 따라 넘어가리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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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쇠약한 환자의 몸으로 아주 낮은 수준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뤄야 할 목표가 있으니까요.

퇴원 후 외출 금지 기간에는 집에서 스트레칭을 했어요. 스트레칭 책을 펼쳐 놓고 마루 바닥에 드러누워  매일 같이 30분이고 1시간이고 몸을 힘껏 당겼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나서는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첫 몇 주 동안은 1.5km를 조심스레 걸었어요. 30분도 더 걸렸어요. 산책로를 지나는 그 누구보다도 느렸지만 굳은 마음으로 날마다 걸었습니다. 이후엔 40분, 50분, 60분, 4km, 5km, 6km,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속도를 높여가며 6개월을 매일 하루에 한두 번씩 걸었습니다.


도미노가 쉽게 넘어가진 않더군요.

7개월을 지나고부터는 조금씩 뛰어보았습니다. 보통 7km를 걷는데 3.5km의 반환점 근처에서 600미터 정도를 뛰고 다시 걷는 방법으로 운동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반환점을 얼마 안 남기고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어요.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저기 500미터까지만 가보자'라고 달래며 비를 맞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속 마음은 뛰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떨어지는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데 덩달아 눈물도 섞여 흐르더군요.

내 신세가 처량했어요. 이렇게 비 맞으며 뛰고 있는 내가 너무 가여웠어요.

생각할수록 눈물이 더 흘렀지만 그래도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쉬자고 할 수 없었어요. 그랬다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았어요.

그냥 울면서 뛰었습니다. 다행히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 년이 더 지난 지금은 좀 더 긴 거리를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뿌듯합니다.

다 조금씩 참고 이겨낸 덕분입니다.


오늘도 다시 힘을 내서 뛰기로 마음먹습니다.

저에겐 여전히 '일상 복귀'이라는 '원씽', 단 하나의 목표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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