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다 어려웠을 거잖아
익숙함은 기억을 잃는다
온보딩 없는 회사에 입사한 지 10일 차가 되었습니다. 회사의 출근길은 설렘과 기대감이 아닌, 실망감과 좌절감, 후회로 바뀌게 되었어요.
똥을 피하려다, 지뢰를 밟은 격입니다.
여전히 팀원들과는 교류는 없습니다. 스마트워크라는 자율좌석제가 한몫을 하는 것 같고, 마치 자신들의 구역에 나타난 이방인을 바라보듯한 팀원들의 관심 아닌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간회의에 참석했어요. 회사 건물에 대해 설명해 준 사람도 없었기에, 회의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회의실을 찾았지만 팀원들의 얼굴을 잘 몰라 이 회의실이 맞는 건지 어리둥절했고,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회의실로 들어가는 팀원들은 저를 본 건지 못 본 건지 인사도 없이 자기 자리를 찾아 앉기 바쁘더라고요.
그때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고, 그제야 이 회의실이 맞는구나 확신하며 회의실로 들어섰습니다.
그저 본인들끼리 웃고, 떠들며 친밀감을 과시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회의가 끝나고 팀의 리더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회식이 있는데, 거기서 팀원들 이름 맞추기를 할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회식이 있는지도 몰랐고(원래 잡혀있던 회식), 교류도 없이,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여담으로 군대에서 이등병 때 선임들 얼굴과 이름을 맞추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네요. ^^
그나마 옆에서 업무를 할당해 주는 팀원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었지만, 본인의 업무가 너무 많고, 바쁘다는 자세와 업무를 하루라도 빨리 넘기고 싶어 하는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업무 할당을 받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마치 원래 여기서 일했던 것처럼 한 번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제가 왜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느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업무적인 성향은 몇 마디만 나누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C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A업무와 B업무를 거쳐야 했지만 저에게는 C업무만을 전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A와 B 업무의 정보는 셀프 수집을 해야 했죠.
굳이 논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성격도 아니거든요.
그렇게 담당자들과 절차들을 주변에 구걸하며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죠. 익숙한 사람보다는 오래 걸렸을 테니까요.
대부분 회사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 회사만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무슨 라면을 먹을지, 물을 얼마나 넣을지, 라면은 언제 넣는지, 수프는 언제 넣은 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라면을 먹는 거죠.
회사 업무도 비슷해요. 결과는 같겠지만 이 회사만의 프로세 스니까 당연히 익히고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엘리트 직원이 아니라서 한번 듣고 업무를 수행하진 못했습니다. 적어도 레시피라도 있었다면 보고 따라 했겠지만요.
"솔직히 지금 설명 한번 듣고서 이 업무를 처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걸 왜 하는 건지, 이건 무엇인지, 이 업무 자체를 잘 모르겠어요.."
밑도 끝도 없이 이 회사만의 용어를 사용하며 업무를 인계하길래 참고 참다 뱉은 한마디였습니다.
"아, 이건 어쩌고 저쩌고.."
"혹시 매뉴얼은 없을까요?"
"교육 자료가 있는데 보내드릴게요"
적어도 인계하는 업무가 왜 해야 하는 건지, 어떤 업무인지에 대한 설명과 자료는 전달해 주고 인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혹시 본인은 이 업무를 이렇게 한번 듣고 바로 하셨었나요?"
"아 저희는 교육을 따로 받았었어요"
"아.. 그렇군요"
교육을 받았고, 익숙하기에 쉽게 가능한 것이죠.
누구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는 쉽다는 말..
문제는 익숙해지고 난 뒤, 처음은 모두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보다는 사람의 성향 차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경험상 회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 거더라고요.
직장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