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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책임 Jun 18. 2024

장기연애 부부의 시작

13년 만에 한 결혼, 코로나, 난임 병원까지


코로나가 시작됐어요.


결혼식을 불과 한 달 정도 앞둔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코로나에 대한 이슈가 크지 않았어요.


환불에 대한 개념도 성립되던 시기가 아니었고

무언가를 취소하려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

.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에 오네 마네, 결혼식을 하네 마네, 당사자들보다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결혼하고 놀러 다닐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종일 붙어있으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먹고

많은 추억이 생긴 것 같거든요.



.

.

.



시간이 지나고, 아기가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생기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생기겠지 하면서 4년 정도 흐른 것 같아요.



아내와 난임 병원을 찾았습니다.


1년 가까이 병원을 다녔어요. 둘 다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 더 답답하더라고요.


미안했던 건, 아기를 갖기 위해 남자가 해야 할 일은 딱히 없었습니다.


전부 아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걸 알면서도, 당장 내 몸은 편하니까 아내의 육체적인 힘듦을 공감해주지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내를 위한다지만 속으로는 나 자신의 편의를 더 위했던 거죠.



아기가 안 생기는 게 제 잘못 같더라고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임신을 준비하고, 아내의 삶은 점점 변해가고 있는데, 제 삶은 그대로였거든요.



생각해 보 퇴근 후, 나누었던 이야기는 전부 저의 직장 스트레스 이야기일 뿐, 정작 아내의 직장 스트레스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어요.


모르겠습니다. 집도 없고, 차도 없지만 그냥 지금 먹고사는데 문제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부양가족이 생겨야 더 열심히 살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난임병원도 그만 가자고 했습니다.


그냥 형식적인 병원의 태도와 매달 실망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고,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까 임신이 아닐 때마다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냥 포기하고, 편하게 지금 시간을 즐기자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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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짓말처럼 아기가 생겼습니다.



정말 마음가짐의 차이였을까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끝을 보진 못했지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후회는 없는 선택이니까요.


.

.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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