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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책임 Jul 09. 2024

장기연애 부부의 축복

나에게 가장 값진 퇴사


아내가 임신하고 기쁨 마음과 동시에 

저희 부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신혼집으로 오래된 아파트, 전세로 살고 있었고,

둘이 살기에는 정말 좋은 집이었지만, 아기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거든요.


집 컨디션도 문제지만, 층간소음은 기본이고, 말이 안 통하는 이웃들, 남의 집 택배를 훔쳐보는 사람, 남의 집 현관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람 등등..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죠.


퇴근길 지하철에서 모든 유형의 사람을 경험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많이 우는 신생아와 예민해질 우리 부부에게 더 이상 좋은 공간은 아닐 것 같다고 판단했고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결국 신혼 첫 집을 떠나기로 한 거죠.

막상 떠날 때가 다가오니, 기분이 오묘하더라고요. 우리가 결혼해서 처음으로 함께했던 집이었으니까요.


그 후로, 임신한 아내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고 만족스러운 집을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우리 집을 갖게 되었어요.


차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집을 구하는데 모든 힘을 쏟은 상황이라 차량 구매는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차를 구매할 수 있는 날도 오겠죠.



임신 중기가 되어가니 주변에서 관심처럼보이는 자랑이 시작되더라고요.


태교여행 여기 좋더라.

뭐 사줬다더라.

조리원은 어디가 좋더라.



저희 부부는 차가 없어서 먼 곳을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데이트하곤 했죠.


물론 꼭 필요할 때는 부모님 차를 빌리거나, 거리가 먼 곳은 택시를 탔었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나 배 나와도 잘 걷지? 평소에 잘 걸어 다녔더니, 체력이 좋아졌나 봐"


생각보다 잘 걷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내의 체력이 좋아진 게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어요.

 느려진 아내의 보폭에 맞춰 걸었습니다.


미안하더라고요.

저만 따라다니느라 편한 길이 아닌 힘든 길로만 걷게 하는 것 같았거든요.



행히 우리 아기는 아내의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임신 말기가 되고 출산이 임박했어요.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출산휴가 사용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건강검진날에도, 이삿날에도, 지겹게 전화하고 괴롭혔던 회사였거든요.


아내 출산일에 맞춰 퇴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건 못해줘도 계속 옆에 있어주고 싶었어요.


온전히 집중해서요.



그렇게 퇴사하면서, 퇴직금은 아내와 아기를 위해 유용하게 쓰였고, 저의 시간은 온전히 아내를 위해 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퇴사 중에 가장 값진 퇴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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