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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투제이 Nov 13. 2023

중년, 그 이름값에 대하여


삶이란 무엇일까

목숨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새삼 삶의 미로앞에서 철학자처럼 숙연해지는 것이다


젊은날, 중년의 시기에는 이런 고민들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이미 고민을 끝내고 준비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년은 청년의 시기를 잘못 보낸 삶일 거라 여겼다.

적어도 나는 중년의 시기에 중년의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갈거라 믿었다. 인생에 대한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살거라 생각했다. 더 이상 불확실성은 없을 줄 알았다.


중년의 시기,  그런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건강, 경제력, 상식도 갖추어야 하고 사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눈치도 있어야 하고, 제 잇속도 차릴 줄 알아야 하고, 용기, 지혜, 너그러움, 넉살, 붙임성, 아량, 자신의 위치에 따른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니 필요한 것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 이름값대로 살기에 버거운  중년들이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 를 즐겨 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상태로는 더 이상 자신이 존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과도기가 바로 중년이다.

중년에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그래서 심리적 재탄생은 중년의 과업이다.

하지만 모든 시작에는 고통이 따르고 그것을 거부하지 않아야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전의 의식이 죽어야 새로운 의식이 태어날 수 있다. 상실의 끝에는 언제나 재탄생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에는 이전 몸의 습성이 죽고 새로운 몸의 습성이 시작되면서 열린다. 이것은 매 순간 자신의 몸에서 익숙하게 일어나는 습성을 멈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멈출 때 알아차림이 일어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산고의 고통을 오롯이 통과해내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 상실의 끝에는 새로운 몸이 있고 새로운 마음이 있고, 새로운 삶이 있다.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시작되듯 죽음과 탄생, 위기와 기회, 끝과 시작은 그렇게 이어져 있다.

과거는 주로 후회나 아쉬움, 분노의 색깔을 띠고, 미래는 주로 불안이나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매순간 미로속 ‘통로’ 어디쯤인가에서 길을 찾는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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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집어치우고 현재, 오늘을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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