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한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더링’은 여성의 일상에서 사회적, 문화적 측면의 교차점에 있다. 이 책은 한국의 기혼여성이 자녀의 대학입시까지의 교육적 성취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전업주부들의 ‘마더링’ 전략에 대한 그들 스스로의 인식에 대한 묘사를 주로 한다. 엄마들이 밝히는 스스로의 생각과 마더링에 대한 묘사로부터 우리 시대의 여성의 삶을 ‘교육’ 문제와 함께 생각해 보려는 시도 중 하나이다. 이 기저에는 추상적 개념인 한국사회의 ‘모성애’에 대한 엄마들의 ‘철학’을 구체화한 것이 자녀교육에서의 ‘마더링’이라는 생각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규범적인 ‘마더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학입시’이다. 전통적인(무엇이 전통의 기준인지는 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관념에서의 자녀교육이 대학입시로 정점을 찍고, 새벽안개처럼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엄마의 ‘마더링’의 ‘전후 맥락을 풀어내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려면, 구체적인 예시를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이 책에서는 중산층 ‘전업주부’가 한국사회의 교육문제의 원인으로 어느 담화에서나 등장하는 ‘사교육’을 통한 ‘마더링’을 교육과 기혼여성의 삶을 투사하는 ‘렌즈’로 사용했다. 이 특정 유형의 ‘마더링’을 살펴보는 좀 더 구체적인 대상화를 위해 ‘사교육’으로의 접근성이 수월한 ‘대도시 거주 여성’을 메신저로 선택했다. ‘워킹맘’보다는 시간, 감정을 교육적으로 투자하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전업주부’들의 경험을 빌려왔다. 또한, 스스로의 삶과 ‘자기 정체성’의 추구에 보다 적극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기준을 ‘대학’ 이상의 학력자인 기혼여성으로 한정했다.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남성과 여성이 법적 ‘부부’로 자녀가 출산과 양육을 하는 단위였다(이 부분에 대한 기준 설정이 이미 우리의 문화적 상식을 너무나 많이 벗어나기 시작한 영국 사회에 속해 살고 있는 대학의 논문에는 필요했다). 우리의 보통의 ‘엄마’들이 자신들의 ‘삶’을 ‘마더링’을 통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마더링’에서 나타나는 한국사회의 ‘계층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교육과 관련한 부모노릇에서 어떠한 ‘성(젠더) 별에 따른 참여’의 차이가 당연시 여겨지는지와 그 영향으로서의 ‘사교육을 통한 마더링’의 결과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텐시브마더링’으로 대표되는 전업주부들의 ‘마더링’과 이미지를 그녀들의 매일의 교육과 관련한 일과의 묘사로부터 엿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엄마들’과 ‘교육’에 대한 고찰(考察)이었기 때문에, 그 대상이자 주체인 ‘자녀’들의 간간한 출연(出演)은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 로서의 역할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회과학자들의 기존 문헌과 연구 방법론에 그 기초를 두었다. 그중에서도 'Family Habitus(가족 취향)'과 'Emotional Capital(정서적 자본)'의 ‘Intensive Mothering(강한 엄마노릇)’에서의 상호 작용을 탐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너무나 심한 감정노동의 마더링의 영역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감정자산(Emotional Capital)을 사용하고자 애쓰는 엄마들이 많이 안보였다는 점이었다. 가정에서의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요소가 엄마의 '소프트 파워(Soft-Power)’에 해당하는 ‘감정자본' (Emotional Capital)이 ‘마더링’을 통해 보다 원활하게 활용된다면 엄마와 자녀가 모두 건강한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들의 ‘소프트 스킬(Soft-skill)’을 마더링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그것의 부재가 마더링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중에서도 ‘감정자본' (Emotional Capital)과 구체적 마더링 관행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을 통해 이 시대의 여성들이 ‘한국에서 엄마로 살기’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기를 소망한다.
‘마더링’의 모든 스토리의 공통점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의도치 않게’라는 단어이다. 맞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오랜 화두인 사회문제로서의 ‘교육’을 통해 보는 ‘마더링’은 너무도 ‘의도치 않게’ 많은 것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역시 ‘의도치 않게’ 많은 가정에 뒤집을 수 없는 안타까운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이 ‘의도치 않게’를 ‘의도한 대로’로 바꿀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우리는 너무 ‘What to do’나, ‘How to do’에만 편중된 사고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이면에 있는 ‘Driving Force’(추진력)을 너무 하드 스킬(Hard-skill: 연습, 반복, 교육을 통해 습득되고 강화되는 직무 기술)에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각 가정의 실력, 경제적 상황, 자녀의 방황(사춘기) 등등의 ‘현실의 담’을 뛰어넘는 ‘마스터키’는 생각보다 가정의 외부에서 구할 수는 없었다. 상품화된 민간기업들의 교육서비스로부터 이러한 도움을 갈구할 것이 아니라, 가족만이 가질 수 있는 ‘소프트 스킬(Soft-skill)’에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 이 글을 쓰는 사이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