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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뒷모습

by oj


병원을 가기 위해 시장쪽으로 걷고 있었다. 아침 일찍 간 탓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한 엄마가 아이들 둘과 같이 가는데 나란히 걷는 게 아닌 엄마는 맨 앞에 서서 무표정하게 걷고 있고, 뒤이어 딸도 어두운 얼굴로 고개 숙이며 걷고, 바로 뒤이어 어린 남동생도 힘없이 가방을 매고 걷고 있었다. 아이들의 딋모습을 보니 축 쳐져 있어서 괜시리 마음이 짠해 자꾸 뒤돌아봤다.


무슨 일인지 세 사람 얼굴엔 무표정과 웃음기 하나 없는 그늘진 얼굴이다. 한참 깔깔거리며 밝아야할 아이들이 침울한 얼굴로 걷고 있는데 엄마는 왜 아이들과 손이라도 잡고 나란히 걷지 않고 혼자서 앞서 걷는지 의아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을 닮는다. 부모의 표정과 웃음을 보면서 밝은 행복을 누린다.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도 나누고 아이들 얼굴도 한 번씩 쳐다보면서 그렇게 걸었다면 참 보기 좋았을 텐데. 겉만 보고는 알 수 없어도 아이들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와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분명 상관이 있다.


아이들은 그냥 자라지 않는다. 물주고 영양주고 햇빛 받고 자란 화초가 잘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 사랑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얼굴이 밝고 자존감이 높다. 부모의 역할은 단지 키우는 것에서 끝나선 안 된다. 미래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인성과 사회성을 가정에서 배우게 해야 한다. 부모의 긍정적 생각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흘러내려가 영향을 준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어린시절의 경험이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만큼 성장기엔 부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는다고 느껴야 자존감도 높아지고 예민한 청소년기에 바른 정체성도 형성될 수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관 없는 아이들에, 내 오지랍일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얼굴이 밝고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안 그래도 학업에 지치고 온갖 학원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라도 온전히 마음 편히 쉼을 얻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해맑은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건 부모와 학교, 사회의 역량이고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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