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이란 에세이를 읽었다. "문학, 목매달고 죽어도 좋을 나무"라는 강렬한 문구로 문학인의 생활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으로 "나는 쓰고 싶어 문학인으로 살겠다." "쓰는 사람이어서 행복했다." 라고 말하시는 작가님의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단지 글을 쓰는 사람라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데 전업 작가로 책을 한 권씩 출간할 때마다 얻어지는 희열은 힘겨운 만큼 기쁨도 큰 산고의 고통과도 같을 것이라 짐작된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작가님의 삶이 그려졌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작가님의 글은 잔잔했다. 어디에서도 서둘거나 급한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 독립해 바닷가 근처의 작은 집에서 홀로 사시면서 조용한 작은 마을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잔잔한 성품을 갖고 계시다.
작가님의 글은 은은했다. 은근히 스며드는 묘한 매력에 푹 빠졌다. 화려한 삶도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평범한 일상에 담긴 안온한 삶이 글을 읽는 내내 편안함을 갖게 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가님의 글이 서서히 온기로 다가오고 마음속에 은은히 새겨졌다.
작가님의 글은 쓸쓸했다. 작가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과 겨울이면 보일러에 기름 채울 걱정을 하시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투정 부릴 대상도 없는 작가님이 쓸쓸해 보였다. 시골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어도 한 쪽 가슴은 비어있는 것 같다. 씩씩한 척을 해도 미어캣처럼 자식들이 오려나 한번씩 담 너머를 바라보는 쓸쓸한 어르신의 모습이나, 홀로 버티며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씩씩한 척 하시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하면서도 북적거리는 삶을 바라시는 듯한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우렁더우렁 살아가셔도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작가님의 홀로서심을 그럼에도 응원한다. 물질적으로 빈곤은 채워갈 수 있지만 마음의 빈곤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시니 누구보다도 마음만은 풍요로운 분이시다.
작가님은 짐을 내려놓으시며 여백으로 채우셨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둡다. 채워지지 않는 욕구 불만으로 자꾸만 움츠려든다. 사랑에도 실패해 보고 자매를 잃으시고, 홀로족이 되신 작가님은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슬픔을 극복하고 한층 밝아지면서 내면은 더 깊어진 것 같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은 그 슬픔의 크기를 안다. 동병상련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에 위로하며 다독일 줄도 한다. 작가님 글이 그랬다. 읽으면서 왠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잘 하고 있다고, 조금 더뎌도 괜찮다고 말이다.
작가님은 여전히 도약하고 계신다. 겪은 만큼 보인다는 작가님은 지금도 좋은 글을 써내려가시기 위해 고군분투하신다. 글을 쓰고 문학을 사랑하면서 계속 마음을 움직이는 힘 있는 글을 써내려갈 거라고 믿는다. 쓰는 작가, 이은정으로 세상에 각인 되기를 응원한다. 더불어 나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