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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든 감옥

ㅡ'맨체스터 바이 더 씨'ㅡ

by oj


보스턴에서 관리인으로 살아가는 '리' 라는 남자는 감정없이 기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 내면에 큰 고통으로 남은 트라우마가 그를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심장마비로 죽은 갑작스런 형의 죽음으로 고향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돌아온 그는 조카 페트릭의 후견인이 된 상황을 당황해 한다. 빨리 장례식을 치르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던 그는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벽난로에 장작을 쌓아둔 채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고 술이 취한 상태로 20분 거리의 상점으로 술을 사러 갔다가 그 사이에 불이 나서 어린 자녀들을 모두 잃었다. 경찰서에서 진술이 끝난 뒤 돌아가라는 말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그는 경찰의 총을 빼앗아 자살시도까지 하려고 했다. 그는 아빠로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이후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툭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싸움을 하고 얻어 맞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신을 학대했다. 조카의 후견인이 된 상황도, 고향에서 살 수 없는 마음의 고통도 모두 자신이 저지른 죄책감 때문이었다. 조카는 너무 얼어버린 땅에 묻을 수 없어 땅이 녹을 때까지 냉동고에 아버지 시신을 두어야 하는 상황을 고통스러워 한다. 아버지를 잃은 조카나, 자식을 잃은 삼촌은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그 고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혼한 전 부인 랜디를 만났을 때 그녀가 재혼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녀는 너무 모진 말을 했다고 미안하다며 그를 보고 오열한다. 리는 자기는 이제 아무 감정 없다며 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날의 기억에 사로잡혀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재산과 배를 남겼음에도 떠나려고 하는 삼촌을 조카는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친구 조지에게 조카를 부탁하고 집은 세를 주고 배는 대여를 하고 다시 보스턴으로 떠난다.


도저히 버티지 못 하겠다고 말하며 고향과 조카 곁을 떠나고 봄이 되자 장례식을 치르러 오면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한다. 리는 조카에게 보스턴에 두 개의 방이 있는 집을 구하겠다며 가끔씩 오라는 말을 전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주인공 케이시 에플렉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플래시백으로 주인공 내면의 상처를 잘 보여준 영화에서 우리 삶에서도 절대 용서하거나 용서 받을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얼마나 후회하며 얼마나 자책하면서 자신을 괴롭혔을까.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었는데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게 만든 자신의 과오를 절대 용서하지 못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사는 주인공을 보며 아프고도 시릴 정도로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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