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말한 여섯 번째 키워드는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 듯이 사랑은 상대방을 잘 보는 데서 시작된다. 사랑은 순환하며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수녀님은 사랑을 '너를 통해 나를 보고 느끼고 나누면서 하나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셨다. 사랑은 감상만이 아니고 실천이고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사랑이 충만하면 자연도 사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수녀님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짪은 인생 동안 서로 미워하지 말고 충분한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기 바란다.
여섯 번째, 용서에선 자신을 위해 용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평화롭지 않은 마음을 살아가야 할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용서하라고 말이다. 자기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꽃을 보내는 심정으로 용서하라니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겐 엄격한데, 그 반대로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반대로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삶을 살라고 한다. 자신과 남의 약점에도 인내하고, 지켜보는 견딤의 과정이 용서이다.
여덟 번째는 희망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비범한 희망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하루하루 이 시간을 잘 살아내면 괜찮은 미래로 향할 수 있다고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지난 날 힘든 일들이 지나가고 오늘 웃을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면 희망은 싹트고, 긍정적인 행동 하나가 희망의 촛불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홉 번째는 추억이다. 수녀님은 수십 년간 받아온 편지들을 모아둔 '추억의 창고'에 편지들을 잘 분류해 놓았다고 한다. 편지마다 보낸 이의 삶이 스민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추억이 계속 살아있다. 추억은 미래의 순간들이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기대하게 하고, 추억이 없다면 지나간 과거가 선물이 될 수 없고,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수녀님은 말한다. 누구에게 꽃이 되라고 주문하기 전에 먼저 한 송이 꽃으로 사랑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은 죽음이다. 80세가 되신 수녀님은 투병하신 후에 지상을 떠날 준비를 하시며 주변을 정리하고 계시다고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없지만 수녀님은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연스럽게 끝을 향해 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하신다. 수도자로서 순례의 길을 잘 마치고 선종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수녀님의 삶은 성자의 모습 같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 듯이 모든 만남 속에는 이별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아신 분이다. 죽음 속에 있는 생명, 삶 속에 있는 죽음을 생각하신다니 그 의미를 깊게 새겼다.
삶에서 죽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소한 일상에서도 자신을 양보하고 희생하는 작은 죽음부터 잘 연습하신다는 수녀님을 보니 죽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시와 함께 들어간 산문집이라 시와 글을 함께 읽으니 우리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인생의 열 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아는 것으로 지식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으로 행동으로 옮기며 내 인생의 열 가지 모토로 삼아야겠다.
책 속에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 반딧불 이야기 >
오래 깜깜할수록
그 밝은 빛을
더 많이 보여주었지
어떤 것은 살짝
숲으로 날아가고
어떤 것은
춤추는 무희의 몸짓으로
제법 오래 내 앞에
머물다 갔지
인생은 짧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깜빡이는 빛으로
노래하였지
찰나적인 황홀함에
나는 숨이 막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