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인생의 열 가지 생각> 이란 책 속에슨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의 열 가지 키워드가 나온다. 수녀님은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산문집을 내셨다고 한다.
첫째, 가난은 불편하지만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고 자족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상태이며 청빈에 가까운 삶을 살라고 교훈한다.
둘째, 공생에선 혼자 살 수 없고 부대끼면서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나온다. 형제들이 가정에서 부딪히며 살면서 자신을 찾아가 듯이 더불어 살면서 선을 추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내 뜻과 상대방의 뜻을 맞추고, 서로의 온기로 따뜻하게 지내면서 같이 잘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라고 말한다.
셋째, 기쁨에선 무탈하든 힘든 상황이든 기쁨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기쁨의 게임을 하신다는 수녀님은 버스가 늦게 오면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기쁘다는 식으로 게임을 해본다고 한다. 자신만의 비결로 삶의 기쁨을 찾는 '작은 비결' 이라고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조금은 져주면서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으면 기쁨이 빛을 발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넷째, 위로에선 진심이 담겨야 하는데 진심을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수녀님은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약점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편안하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고 말이다.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리며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나누는 데서 위로가 시작된다고 했다. 위로는 살면서 정말 필요하다. 누군가 아플 때 건넨 작은 위로가 부메랑이 되어 내가 힘들 때 돌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
지난 번 무안 항공기 참사에서도 많은 사람이 무안으로 발걸음을 향하며 슬픔을 겪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어떤 말로 위로가 안 되더라도 슬픔을 나누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다섯째, 감사이다. 감사는 강요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서가 아니다. 감사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정신과 의사도 계시다고 한다. 감사는 결국 나누는 마음으로 귀결되고, 자기 삶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 주변에게 도움이 된다. 행복의 지름길은 감사임이 분명하다.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이 수녀원을 방문하셨다가 방명록에 남기신 라틴어 경구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말이 강렬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투병하신 후에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시면서 주변도 정리하고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처럼 유익한 글도 남기려는 수녀님의 의지가 돋보이고 그 따뜻함이 담겨져 인생의 모토로 삼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 도토리 집 >
쬐그만 열매가 빠져나간
도토리의 빈집은
작아서 더욱
겸손하고 애틋하다
큰 하늘도 담겨 있는
앙징스런 빈집에
잠시 들어가 살고 싶네
도토리처럼 단단한 꿈을 익혀
세상에 나누어 줄 때까지
정겹고 따스한 집 속에
꼭꼭 숨어 살고 싶네
아주 조그만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