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라고 핫연 보통 또래 친구들을 생각할 것이다. 쉐어하우스에서 만난 룸메이트라면 세대 차이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 룸메이트가 할아버지와 손자라면 얘기가 많이 다르다.
<룸메이트> 란 영화는 고집스러운 할아버지 피터와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손자 마이클의 이야기이다. 어린 손자가 자라서 예민한 청소년기를 겪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외과 의사의 꿈을 이루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날 때도 옆에 계셨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다가 결국 교제를 승낙한다. 마이클은 결국 결혼 해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할아버지를 자신의 가장 큰 룸메이트로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심에도 제빵사로서 일을 끝까지 놓지 않으셨고 틈만 나면 신문 구인란을 찾아 일자리를 구하셨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병이 찾아왔을 때 이제 자신이 돌보게 해달라고 손자는 부탁한다.
새로운 곳에서 손자의 가족들과 함께 살며서 행복하기만 했던 주인공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그녀의 빈자리와 부재는 많은 일상을 흔들어놓았다. 그는 방황할 수밖에 없었고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온 사위를 보며 더 이상 사위와 괴팍한 노인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양육권을 요구한 장모님과 싸울 힘조차도 없어보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의 묘지로 데려다 준다. 그 곳으로 찾아왔지만 아내의 묘지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손자에게 일침을 놓으며 슬픔을 겪는 아이들을 직시하게 만든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인데 혼자만의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소중한 것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린 딸은 말한다. 엄마가 자기가 아파서 약을 사러 약국에 가다가 사고를 당해 자신 때문에 떠났다며 어린 마음에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아이들을 꼭 안아주면서 지켜낸다.
할아버지는 이제 연로해져 침대에서 거친 숨을 쉬며 이별을 준비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웠다고 말하고, 손자는 이제 그만 놓아도 된다고, 혼자서도 괜찮다며 할아버지를 안심시키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슬플 땐 휘파람을 불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조용히 휘파람을 부는 손자의 마음에 감사와 슬픔과 애정이 모두 담겨있었다.
최고의 룸메이트였던 두 사람의 서사가 너무 아름답고 뭉클하게 그려진 잔잔한 가족 영화였다.
자신을 거두어서 키워준 할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친구들과 노는 대신 공부를 선택했고, 여자 친구를 두고 멀리 일하러 떠나야 할 때에도 할아버지의 멋진 조언으로 결혼을 선택하고 함께 떠난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멋진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할아버지가 옆에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고, 힘들 때도 버텨낼 수 있었다.
부모 자식간에도, 친구 간에도, 부부 간에도 이렇게 인생의 멋진 룸메이트가 옆에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냥 바라기보단 내가 먼저 그런 최고의 룸메이트가 되어준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