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판단해 능력이나 행동을 깨닫는 것이 자각이다. 스스로 깨달을 때 각성을 하게 된다. 자각하지 못하면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모른다. 열심을 내도 잘못된 열심일 수 있고, 옳은 방향이 아닌 경우도 있다.
자신감이 없었던 나였다. 자존감도 낮았지만 자존심은 강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나를 포장하며 살았다. 그걸 많이 극복하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내안엔 여전히 웅크리고 작은 '나'가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니 강하고 억척스런 엄마가 됐다. 30대 중반 쯤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수련원으로 한 달 동안 교육을 갔었다.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10명 정도 그룹이 동그랗게 앉아서 집단 상담을 하는데 앞선 사람들이 모두 말을 잘 하고, 심지어 자신감까지 넘쳐 보였다. 내안의 작은 '나'가 다시 위축되어 긴장하고 있을 때 내 차례가 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야 했다. 긴장했지만 과거와 현재의 내 인생 그래프 소개를 끝냈을 때 지도하시는 상담사님께서
"혀가 길어서 그런지 말을 조리있게 잘 하시네요." 라는 조언에 깜짝 놀랐다. 많은 수련생들 앞에서 칭찬하는 말을 듣고는 내 혀가 긴지도 몰랐고, 특히 말을 잘 한다는 말씀에 놀랐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소심한 나는 앞에 서는 걸 두려워했다. 실수하지 않을까 늘 긴장했다. 특히 발표나 주장을 꺼렸는데 말을 잘한다니 놀랐다. '정말 그런가?' 자각하며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이후 말하는 직업으로 30년을 지내고 보니 맞는 것도 같다. 자각은 자신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무지를 자각한 경우도 있다. 내 능력이 여기밖에 안 되는데 그 한계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괜히 아는 척, 고상한 척,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무지하며, 가볍고, 나약한 나를 발견하며 부끄러웠다. 능력, 의지, 지식 등이 약함을 자각하니 실패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자만했다는 걸 깨달은 적도 있다. 일이 잘 풀리고 아들들 결혼도 잘 시키고, 자상한 남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움이 나를 증명하는 것마냥 자만했다. 조금은 우월의식을 가진 것 같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내가 그럴 때는 없었는지 반추해 보았다. 겸손은 최고의 미덕이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일 때 그 가치는 빛이 난다.
아이들 양육이나 교육에도 자각이 필요하다. 부모의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양육도 달라진다. 똑똑한 아이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과 온유한 성품을 가진 아이로 자라는 것을 더 중시했다. 어디서든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도록 성실과 근면을 강조했다. 그런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이른 나이에 모두 결혼한 두 아들은 서로 배려하며 지혜롭게 신혼 생활을 잘 하고 있다.
나이들수록 추해지지 않도록 품위를 유지하는 자각도 필요하다. 품위와 위엄을 지키는 어르신은 어디가서도 존경 받는다. 막무가내에 자기주장만 펼치는 어르신은 나이값을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외면이나 내면이나 성숙한 자로서 존경 받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자각은 자신을 변화시킨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는 순간 '유레카'란 외침처럼 전환점을 맞게 되니 자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