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과 재산만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다. 가진 부모나 못 가진 부모에게서도 자녀에게 대물림해줄 것은 많다. 예를 들어 성품과 인격, 사랑과 헌신, 온유와 인내, 형제우애 등을 대물림할 수 있다.
"평소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였는가, 어떤 이미지로 비쳤는가, 하는 점은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찌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겠는가."
조우성 작가님의 책에서 본 내용으로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이다.
<마흔수업>이란 김미경 작가님의 따님은 코로나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엄마가 감당해온 시간들을 보고 자란 덕분에 엄마의 모습이 자기 인생의 표준값이 되었다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부모가 살아온 시간들은 아이들의 생각속에 저장되어 '표준값'으로 나타난다니 부모의 삶의 태도가 그대로 대물림 된다는 의미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엄마가 오남매를 키우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인생을 보고 자란 덕분에 나도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아들 둘 키워가면서도 일을 놓지 않으며 아등바등 살아온 결혼생활이 벌써 30년이 지나간다. 인심 좋고 정이 많은 엄마가 그랬듯 우리 오남매도 보고 자란 것이 있어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거나 목욕탕에서 어르신들의 등을 밀어드리는 것은 기본이다. 항상 음식을 할 때도 넉넉히 해서 이웃들과 나누고 병문안 갈 때면 정성껏 찰밥이나 닭백숙을 해서 갖고 가는 엄마를 보고 자란 우리도 주변을 헤아리는 마음을 갖는다. 형제우애를 강조한 아버지 덕분에 오남매가 의기투합하며 끈끈하게 살아가고, 서로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해결하려고 애쓴다. '나만 잘 살면 되지' 가 아닌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 는 생각을 늘 갖고 산다.
부모의 성품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건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행동으로 몸소 보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자녀들의 태도에서도 배어나온다. 작가는 그것을 부모의 행동이 누적되면서 만들어지는 '표준값'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자녀들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두 아들도 다정하게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도 츤데레 면모로 엄마 아빠 마음을 잘 헤아리고 힘들 땐 먼저 부모를 찾는다.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잘못 키우지는 않았구나!'하며 안심이 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자식의 거울은 부모란 사실은 불변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려운 것이 자식 농사란 사실을 모두 알지만 부모의 소임을 다하면서 성실하고 밝은 모습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아이들은 별개일 수 없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의 삶을 살아가는 기준은 부모가 제시한다. 좋은 성품과 바른 인격을 유산으로 대물림하는 것이 부모의 막중한 책임이 아닐까 싶다.